매일신문

[TV영화] EBS 세계의 명화 '산 파블로' 4일 오후 11시

1926년 상하이, 미 해군 기관사 제이크(스티브 맥퀸)는 양쯔강에 체류 중인 포함(砲艦) '산 파블로'호로 전입되어 오던 중, 선교사 제임슨과 여교사 셜리(캔디스 버겐)를 만난다. 셜리는 제이크에게 호감을 보이지만 제이크는 묵묵히 산 파블로호로 발걸음을 옮긴다.

중국에 체류 중인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산 파블로호의 돌아가는 사정은 제이크의 기대 이하였다. 갑판에서 진행되는 형식적인 열병은 강가에 모인 중국인들의 구경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또 수병들이 미덥지 않은 전투훈련을 한다고 시간을 보내는 동안 배에 승선한 중국인 노동자(쿠리)들이 요리에서부터 세탁, 갑판 경비, 기관실 정비 같은 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던 것. 제이크는 강하게 반발하지만 동료들은 오래전부터 이어진 관습일 뿐이라고 말한다. 고장 난 엔진을 수리하던 중국인 치엔이 사고로 사망하자, 중국 노동자들은 제이크가 치엔을 일부러 죽였다고 오해한다. 선장을 비롯한 동료들도 전통처럼 이어진 산 파블로호의 규율을 자꾸 벗어나려는 제이크가 곱게 보일 리 없다.

어느 날 제이크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는 동료 프렌치(리차드 어텐보로)는 중국인 호스티스 메일리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제이크가 마련해준 몸값으로 그녀를 데려와 결혼까지 한다. 때마침 현지인들과 대치하는 등 상황이 험악해지자 산 파블로호의 선장은 외출 금지령을 내린다. 프렌치는 배에서 몰래 빠져나와 차가운 강물을 헤엄쳐 메일리를 찾아갔다가 병에 걸려 사망한다. 중국인들은 백인과 결혼한 메일리를 살해하고, 현장에 있던 제이크에게 죄를 뒤집어씌운다. 성난 군중들은 산 파블로호로 몰려가서 제이크의 조수로 일하던 중국인을 잔인하게 고문하며 살인범 제이크를 내놓으라고 시위를 벌인다.

틀에 박힌 규율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도는 해군 소속 기관사 제이크는 전출되어온 산 파블로호에서도 반항아적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 중국인과 동료들 모두의 공적이 되어버린다.

1920년대 중국 대륙은 내부적으로는 국민당과 공산당이 대립하던 시기였으며, 뒤늦게 중국에 진출한 미국은 군함을 파견하는 포함외교(砲艦外交)로 중국을 압박하던 시기였다. 존 와이즈 감독은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서구의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피에 굶주린 도적과 공산당원으로 들끓는 곳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열강의 침략에 맞서는 중국인들은 염치없고 무지하며 잔인한 폭도로 그려지고 있는 등 서구 중심의 우월적인 시선은 이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