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랜만에 맛보는 정통연극

연일 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 대구 공연계에서 모처럼 정통연극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며 관객을 유혹한다. 정통연극의 매력은 무엇보다 트랜드에 쫓기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면서 진중한 맛을 전하는 것이다. 정통연극의 진수를 느끼며 무더위를 잊어버리는 것도 좋은 피서법이다.

◆시인 K

연극저항 집단 '백치들'은 9일까지 한울림소극장(대명동 계대 인근)에서 창단공연 '시인 K'를 공연한다. 이 작품은 '시민 K'라는 이윤택 극작가의 시대고발적 작품을 재창작한 연극이다. 시인 K가 대한민국 예술에 대해 사망선언문을 낭독하고 그 과정을 다른 예술가들과 함께 풀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공연은 올 6월 말 미리 진행한 낭독공연을 통해 관람객에게 피드백을 받아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무대에 올리게 되었으며 대구 연극계에서는 처음으로 '자유가격제'를 통해 시민들이 편하게 연극을 보고 관람 후 가격을 내도록 했다. 평일 오후 8시. 070-4407-2325.

◆마로윗츠 햄릿

10, 11일 오후 8시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던지는 '햄릿'이 시민들을 찾아간다. 이번 공연은 대구의 대표적인 극단 가운데 하나인 극단 온누리의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기획됐다. '마로윗츠 햄릿'이라는 공연명으로 무대에 오르는 이번 작품은 사건의 흐름 중심인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의식을 중심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극이다. '햄릿'을 콜라주 형식으로 변형시켜 철저히 의식의 흐름을 좇으며 인물의 다중성을 부각시켰다.

이번 공연은 극단 온누리 출신이면서 대구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전 대구시립극단 수석단원 김은환 씨를 비롯해 대구시립극단 기획팀장 이완기 씨, 전국연극제 최우수연기상 등을 수상한 원로배우 홍문종 씨, 극단 온누리 대표 신숙희 씨, 대구시립극단 강석호 씨, 실력파 배우 손세인 씨 등이 무대를 빛낸다. 053)424-8347.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수성아트피아는 올해 하반기 첫 기획공연으로 정통 연극을 용지홀 무대에 올린다. 10일부터 12일까지 지난해 서울연극제 대상을 비롯한 4개 부문을 석권해 한국연극계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를 공연한다. 이 연극은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로 대학로의 스타 극작 연출가로 떠오른 손기호의 경주 3부작 마지막 작품이다. 영화와 드라마로 대중에게 낯익은 박용수와 대학로의 실력파 배우 우미화는 이 작품으로 각각 대한민국연극대상과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으며 공히 연기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 작품은 가장 가깝게 만나면서도 결국 타인일 수밖에 없는 '부부'가 모티브다. 한 노부부의 삶을 조망하며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인연의 의미를 짚어보고 결국 '나'라는 정체에 대한 질문에 이른다. '나'가 만나는 '인연'과 그 인연의 우주공간, 그리고 시간의 의미를 짚어본다. 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7시, 일요일 오후 3시. 053)668-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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