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학사정관 전형 대비…8월, 자기소개서에 매달려라

입학사정관 전형,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입학사정관 전형은 로또가 아닙니다.'

2013학년도 수시모집 선발 인원은 24만3천223명으로 이 중 4만6천337명(19.1%)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한다. 5명 중 1명이 해당되기 때문에 비중이 상당하다. 자연히 수험생들의 관심도 쏠리기 마련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시험 성적 위주의 학생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모집 단위의 특성과 학생의 잠재력, 소질 등을 고려해 학생을 선발한다. 그러나 성적과 관계없이 잘하는 것 한 가지만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대학은 성실성과 실력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 16일부터 입학사정관 전형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하기 위해 학생들은 어떤 것을 챙겨야 할까.

◆선배의 경험담, '유비무환'

"자기소개서를 미리 준비하지 못해 애를 먹었죠."

올해 경희대의 입학사정관 전형인 네오르네상스 전형을 거쳐 생물학부 신입생이 된 윤예진(19'대구 송현여고 졸업) 양. 고교 시절 내신 성적은 2등급대 초반, 수능 모의고사는 평균 2, 3등급이었다. 윤 양은 1학년 때부터 입학사정관 전형을 염두에 두고 차곡차곡 준비했다. 책쓰기 동아리에서 '생명공학과 우생학'을 주제로 소논문을 썼고, 대구시청소년참여위원회(이하 위원회)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기록을 남긴 덕분에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자기소개서. 원서 접수 한 달여 전부터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마음만 바빴지 진도가 제대로 나가질 않았다. 고민 끝에 적은 내용도 엉성했다.

경희대의 자기소개서 양식은 ▷성장 과정 ▷고난 극복 과정 ▷학업적 노력과 다양한 활동 ▷지원 동기와 학업(진로) 계획 등 4개 항목. 위원회 참가 경험이 고난 극복 과정 등 여러 항목에 중복 기재됐고, 성장 과정 역시 독서를 많이 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학업 계획은 유전공학을 전공해 생명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정도에 그쳤다.

"제가 생각해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평범한 데다 겹치는 내용이 많았거든요. 생물, 국어 선생님과 학원 등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듣고 각 항목마다 구체적인 사례와 느낀 점을 추가했습니다. 원서 접수 2주 전부터는 자습시간까지 모두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 투자했죠."

어렵게 완성한 자기소개서는 제법 체계를 갖췄다. 위원회 참가 경험과 거기서 배운 리더십 등은 성장 과정 항목에 넣고, 고난 극복 과정에는 자립형 사립고에 지원했다 고배를 마시고 절치부심했던 일을 솔직하게 담았다. 학업 계획은 생물학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다시 썼다. 대학 진학 후 분자유전학과 인간유전학 과목을 이수하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유전체의학연구센터에서 일하고 싶다고 구체적으로 적었다.

윤 양은 미리 준비한 사람이 나중에 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할 생각이라면 활동 기록을 챙기는 것은 물론 자기소개서도 미리 써 보세요. 그래야 입시를 앞두고 당황하지 않습니다. 특히 수험생이라면 지금부터 원서 접수 직전까지 자기소개서를 집중적으로 다듬어야 할 겁니다."

◆고3 남은 기간, 자기소개서를 다시 써라

2013학년도 수시 입학사정관 전형의 원서접수 기간은 지난해보다 보름가량 늦춰진 16일 시작돼 9월 11일까지다. 대학별로 접수 기간에 차이가 있어 미리 확인해둬야 한다.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하려는 수험생들은 남은 시간 동안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 포트폴리오 등 구비 서류를 재점검해야 한다.

수험생들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자기소개서 다듬기. 입학사정관들이 특히 눈여겨보는 서류가 자기소개서다. 자기소개서 쓰기의 핵심은 진로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진지한 진로 탐색 과정 없이는 지원 동기와 입학 후 학업, 진로 계획 항목을 충실히 채우기 어렵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는 구체적인 사례를 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성학원 윤일현 진학지도실장은 "가령 '체력이 약해 한 학기 동안 등산을 했더니 건강해졌다'는 식은 상투적인 표현"이라며 "얼마나 시간을 내 등산을 했고, 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느낌, 활동의 결과 등을 상세히 쓰는 것이 좋다"고 했다.

수험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이 화려하고 독특한 활동 이력이 없다는 점. 하지만 입학사정관들은 큰 대회 수상 이력보다 교내의 작은 활동이라도 꾸준히 해온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대구시교육청 진학진로지원단 박재완 단장(혜화여고 교사)은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한 것을 나열하기보다 왜 그런 활동을 했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써야 한다"며 "진성성과 관심의 지속성, 진로의 일관성을 드러낼 수 있으면 된다"고 했다.

입학사정관들이 지원자의 자기소개서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하는 부분은 학업 계획과 진로 계획 항목. 대부분 학생들이 지원 학과 이름만 알 뿐 진학 후 무엇을 배우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학과 홍보물과 홈페이지를 보면 교육과정, 학업 목표, 졸업 후 진로가 나와 있어 미리 읽어보는 게 필수다.

'경영학을 공부해 다국적 기업에 취업'과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는 수험생들이 자주 쓰는 표현들이지만 추상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조직관리, 회계, 영업 등 수많은 경영학 분야 중 어떤 것을 전공해 무슨 과목을 공부할지, 다양하고 성격이 다른 국제기구 중 어느 곳에서 일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사)지식플러스 교육연구소 김기영 연구실장은 자신의 진로를 찾아보고 고민해보는 과정은 대입 관문을 통과하는 것뿐 아니라 그 이후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공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입학해서 억지로 학교를 다니거나 재수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그 같은 오류 줄이는 것만 해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예비 수험생, 학교생활에 충실하라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법. 대입 전문가들이 고2 이하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당부하는 말은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비하려면 평소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내신성적과 진로 관련 비교과 영역 활동에 신경을 쓴다면 입학사정관 전형에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고 했다.

연세대 박정선 입학사정관실장은 입학사정관들이 지원자의 잠재력과 성실성을 평가하는 데 학생부 교과 성적이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박 실장은 "입학사정관 전형이 공부를 하지 않고도 대학에 갈 수 있는 전형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학업 능력은 어떤 전형에서든 기본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외국어대 이석록 입학사정관실장은 "먼저 진로를 확실히 정한 뒤 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대학에서 전공하고 싶은 분야와 관련 있는 것을 찾아 참여해야 한다"며 "활동 내용은 그때그때 착실히 기록해둬야 수험생이 됐을 때 보다 여유 있게 서류 준비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경북대 입학부본부장 겸 입학전형실장인 김판수 교수는 지원 학과와 관련된 교과 성적,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가령 물리학과에 지원할 경우 고교 물리 과목 성적이 좋다면 전공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북대 경우 수능 4개 영역 중 적어도 2개 영역이 해당 학과가 정한 기준 등급 안에 들어야 최종 합격할 수 있기 때문에 수능 준비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