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오페라재단 성공 해법 '타산지석'

대경연 설립방안 용역…국내 실패 사례 분석해 市 제출

▲그랜드피아노 형상을 한 대구 오페라하우스. 1996년 삼성그룹이 제일모직 터에 건립해 대구시에 기부한 건물로 단일 공연장으로서는 국내 최초의 오페라하우스다.
▲그랜드피아노 형상을 한 대구 오페라하우스. 1996년 삼성그룹이 제일모직 터에 건립해 대구시에 기부한 건물로 단일 공연장으로서는 국내 최초의 오페라하우스다.

# 세종문화회관=법인화 후 수익성만 추구…얽힌 이해관계 예술에 독

# 예술의 전당=외국 대형작품 장기 유치…국내 순수 창작작품 뒷전

전국적으로 문화재단을 만들거나 공연장을 법인화 한 사례는 많다. 물론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오페라재단 설립을 추진 중인 대구시의 입장에서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실패 사례들도 상당수다.

◆세종문화회관

대구시가 대구경북연구원에 의뢰한 '대구오페라재단 설립과 운영방안 연구' 중간 용역 자료에 따르면 과거 서울시 산하 사업소 형태였던 세종문화회관은 1994년 10.4%였던 재정자립도가 2006년에는 55%로 급상승했다. 법인화 이후 10년 동안 세종문화회관의 공연수입과 대관수입은 2000년에 비해 약 3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협회장은 "사실은 1997년 세종문화회관 법인화를 주도했지만 오랫동안 가시방석이었다"며 "법인화는 칼의 양날 같아서 잘 쓰는 사람에겐 순하지만 무리하게 다루면 자기 몸부터 베인다"고 말했다. 공무원 조직에서 벗어나 전문성이 있는 이들에 의해 예술 경영이 이뤄질 수 있고, 예산이 탄력적이라는 점에서는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지만 민간에 위탁되고 나니 가장 먼저 대두된 논란이 '민간에 위탁됐으니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탁 회장은 "모두가 돈을 향해 '돌진'하는 구조가 됐다"고 표현하면서 "국립극장에서 뮤지컬 시카고가 한 달 동안 대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등 극장이 수익률 중심으로 급속히 변질됐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법인화 이후 사장의 평균 임기가 1년 6개월로 서울시가 관리하던 시절 평균 11개월이었던 임기가 조금은 늘어나긴 했지만 어느 누구도 임기를 채우지 못할 만큼 크고 작은 진통이 계속됐다. 그래서 탁 회장은 "결국 취지와 뜻은 좋지만 '수익성'에 휘둘려 사장의 임기가 너무 짧고, 주위에 이해 관계가 얽힌 사공이 너무 많다보니 오히려 발전을 위해 시도한 법인화가 예술의 근간을 흔드는 '독'이 되는 혼란이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예술의 전당

2000년 특별법인 형태로 전환된 서울 예술의 전당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1999년 72%였던 재정자립도는 2007년 81.3%까지 상승하긴 했지만 2005년 이후 방송발전기금 지원이 중단됨에 따라 공연기획 횟수와 관객 점유율이 축소됐다. 더구나 수치상의 재정자립도는 높아졌지만 순수 수입인 입장료 수입은 매년 감소하고 있고, 대관료나 부대비용, 주변 편의시설 사용료 수입, 기관 감축 재정을 통해 수익성을 높인 것이다. 이에 대해 대경연은 보고서에서 "순수 국내 창작 제품이 감소된 반면 외국 대형 전시사업을 유치해 장기간 전시하고, 고가의 부대시설 이용료로 인해 세금으로 지어진 건물을 국민에게 고가로 이용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썼다.

◆법인화와 재단화 그리고 신중한 접근

탁 회장은 "예술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공무원 조직보다는 예술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인들에 의해 경영되는 법인화가 맞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까지 갖은 시행착오가 반복됐던 사례가 많은 만큼 이를 면밀히 분석하면 법인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탁 회장은 그러나 현재 대구시가 추진중인 '재단' 형태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구 통합이 필요하다면 오히려 재단보다는 장기적으로 '대구오페라하우스 법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단이라는 것은 기금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당장 기금도 없는 상태에서 돈만 끌어오겠다는 식의 재단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탁 회장은 대구시의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그는 "인재풀과 재원의 한계가 분명한 대구 오페라의 현 주소로서는 법인화 역시 시기적으로 급하다고 보여지며, 여건이 충분히 성숙될 때 추진해야 성공적으로 법인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탁 회장은 "그린벨트가 풀리면 난개발이 진행되면서 결국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땅을 떠나는 사태를 빚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무원 조직이 전문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릴 소지는 있지만 일종의 '그린벨트 지역'처럼 상업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예술 본연의 가치를 지켜내는 완충지대가 되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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