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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의 시와 함께] 소매치기-손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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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돈이 어디에 있는지

기차게 안다

껍질 속 알갱이들의 두근거림과 한숨

가장하는 무표정까지

표적의 움직임만이 아니라

옆 사람의 시선, 소란이 만들어내는 공기 속

폭발의 중심에 놓여 있는 불붙는 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배경 속에 녹아 있다가도

그들은 달뜬 풍경 속

구멍을 뚫고

마침내 다른 이 가슴으로 대로(大路)를 낸다

그 때 배경이 풍경을 불붙였다

우리가 빈 호주머니의 허전, 화들짝

더듬고 있을 때

가짜주민인 듯 가가호호의 문밖에서

마음갈피만 다만!

서성이고만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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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풍경에 새로운 의미를 절묘하게 겹쳐놓는 능청스러움은 시를 빛나게 만듭니다. 소매치기의 절묘한 기술을 서술하고 있는 이 작품은, 딸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매치기가 아니라 시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소매치기, 즉 시인은 모든 것의 이면을 훤하게 꿰뚫어보는 존재입니다. 평소에는 배경처럼 눈에 띄지 않게 있다가도, 한순간 독자의 마음을 훔쳐버리니까요. 뒤늦게 빈 주머니를 더듬고 깜짝 놀라는, 제 마음인데도 주인 노릇 못 하는 독자의 당황스러운 모습이 눈에 선하지 않습니까.

시인·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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