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탁구 남자 단체전 결승전이 열린 런던의 엑셀 노스 아레나. 이미 탁구에서 3개나 금 맛을 본 중국 관중은 "찌아요(화이팅) 찌아요"를 외치며 붉은 오성홍기를 흔들어댔다. 양궁장이 한국의 텃밭이라면 탁구장은 중국의 안방.
두껍고 높게 쌓인 벽을 넘으려 주세혁, 오상은, 유승민 등 한국의 세 전사가 나섰으나 중국은 도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중국은 남자 단체전에 걸린 금메달마저 거머쥐며 탁구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모두 휩쓸어갔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로 부활을 노렸던 한국은 결국 남자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며 올림픽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나마 베이징에서 거둔 동메달을 은빛으로 바꾼 것이 위안이 됐다.
기대를 모았던 개인전서도 오상은은 16강의 벽을 넘지 못했고, 수비 탁구의 달인 주세혁도 32강에서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여자 탁구 대표팀은 수비의 달인 김경아를 비롯해 석하정, 당예서, 박미영이 개인전과 단체전에 출전했으나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이어져 오던 올림픽 연속 메달 행진을 멈췄다.
한국은 탁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서울올림픽 이후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2개를 따냈다. 그중 여자 탁구는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단 한 번도 메달을 놓치지 않았었다. 1988년 복식에서 현정화'양영자 조가 중국의 천징'자오즈민 조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을 비롯해 2008년까지 금1 은1 동6를 획득했다.
하지만 이번 런던올림픽서는 7회 연속 메달 획득의 명맥을 이어가지 못하고 노메달을 기록했다.
오래전부터 올림픽에서 탁구는 마치 중국의 전국체전처럼 흘러오고 있다. 중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2012 런던올림픽까지, 두 대회 연속 남녀 개인전, 단체전 4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앞서서도 중국은 탁구만큼은 도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탁구가 정식종목으로 도입된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중국은 27개의 금메달 중 23개를 쓸어 담았다. 그나마 나머지 4개 중 3개(1개는 스웨덴)를 한국이 가져가며 '중국이 인정하는' 올림픽 파트너가 됐다.
서른을 훌쩍 넘은 한국의 남자 베테랑 선수들은 이번 올림픽을 생애 마지막 올림픽 무대로 삼고 세계 최강 중국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불발로 그쳤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은메달을 거머쥔 선수들은 "꼭 중국을 꼭 이겨보고 싶었다. 그래도 결승에 올라 중국에 도전한 것만도 한국 탁구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제 뒤로 물러서 후배들의 도전을 돕기로 했다. 유승민은 "중국과 독일 모두 탁구가 프로화돼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한데다 선수층도 얇다. 그런 상황에서 은메달은 적지 않은 성과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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