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운명의 장난인가.
아시아 축구의 맹주 자리를 다투는 이웃나라인 한국과 일본이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준결승에서 나란히 져 3'4위전에서 동메달을 다투게 됐다.
한국 올림픽 대표팀은 국민 정서상 일본과의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게다가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면 병역 면제 혜택이 주어지기에 대표선수들은 누구보다 이날 승리를 갈구하고 있다.
하지만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스포츠다. 이번 한'일전은 객관적인 전력 비교에서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 한'일 팽팽한 균형 4승4무4패
한'일 올림픽 대표팀은 역대 전적에서 12차례 맞붙어 4승4무4패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에 균형을 깨뜨리는 팀이 올림픽 동메달을 가져간다.
첫 만남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최종예선이었다. 한국은 3차전까지 1승1무1패로 고전했다. 본선 진출을 확정하려면 남은 2경기에서 승점 4이상을 확보해야 했고, 4차전 상대는 일본이었다.
다행히 한국은 일본을 1대0으로 꺾었고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어 한국은 1995년 친선경기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일본을 제압했다.
하지만 1999년 이후로 한국의 우세는 끝났다. 한국은 시드니 올림픽 최종 예선을 앞둔 1999년 9월 7일 도쿄에서 가진 평가전서 1대4로 무참히 깨졌다. 20일 뒤에는 서울에서 설욕을 노렸지만, 또다시 0대1로 졌다.
이후에도 한국은 최근까지 일본에 1승4무4패로 열세를 보였다.
◆'다크호스'로 나란히 4강 진입
한국과 일본은 이번 올림픽에서 나란히 다크호스로 주목받으며 4강에 진입했다. 10년 전 한'일 월드컵 개최국으로 나란히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한 것과 비교할만하다. 월드컵에선 한국이 돌풍을 일으키며 4강까지 올라 일본에 앞섰다.
런던올림픽에서 일본은 '무적함대' 스페인과 모로코를 차례로 침몰시키고 온두라스에는 무승부를 거둬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이어 이집트를 3대0으로 물리치고 4강에 오르는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으나 결승 진출 다툼에서 멕시코에 1대3으로 무너졌다.
이에 맞서는 한국은 준결승에서 브라질에 0대3으로 진 것이 거의 2년 만의 첫 패배다. 한국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브라질에 지기 전까지 무패(11승5무) 행진을 이어왔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를 1승2무로 통과했고, 8강전에서는 개최국 영국과 1대1로 비긴 후 승부차기 끝에 5대4로 승리했다.
◆ 한'일 공격력은 저조, 수비력은 우수
한국과 일본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와 8강, 4강전까지 5경기에서 평범한 공격력을 보였다. 대신 8강전까지 수비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일본은 5경기에서 6득점, 3실점했다. 이집트와의 8강전에서 세 골을 몰아쳤지만 조별리그에서는 두 골밖에 넣지 못했다. 실점을 하지 않는 탄탄한 수비력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셈이다.
한국도 대회 이전까지 포백 수비라인에 대한 우려가 높았으나 8강전까지 4경기에서 두 골만 내주는 기대 이상의 수비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5경기에서 3골밖에 넣지 못해 공격력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한'일 모두 3명만 골 맛을 봤다. 한국에서는 박주영과 김보경, 지동원이 1골씩 넣었다. 일본에서는 오츠 유키가 3골, 나가이 켄스케가 2골, 요시다 마야가 1골을 터뜨렸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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