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이면 새 대통령을 뽑는다. 제18대 대선을 향한 시계는 멈추지 않고 있다. 대선 고지 점령을 위한 주자 간, 정당 간 격돌을 앞두고 벌써부터 신경전도 날카롭다. 급기야 민주통합당 이종걸 의원의 '막말'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새누리당 대선 주자인 박근혜 의원을 겨냥한 '그년'이란 표현이 여성 비하로까지 번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아직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그러다 보니 유력 주자를 향한 비판과 폭로가 춤추고 있다. 정치권은 옛날처럼 대선 밑이니 으레 그러려니 하는 구태의 모습이다. 공격 대상 역시 장내(場內) 강자인 박 의원과 장외(場外) 유력 잠재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에 쏠리고 있다. 그만큼 위협적이고 두려운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독보적인 두 사람 이야기를 빼면 재미가 없을 정도다. 공천 헌금 수사로 박 의원이 안팎으로 공격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새누리당의 앞선 대선 주자로 버티고 있다. 민주통합당 역시 5명의 주자가 도토리 키 재기의 당내 경선을 벌이고는 있으나 흥행 바람은 일지 않고 있다. 이런 재미없는 경선으로 장내외 두 강자에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왜일까. 그것은 두 사람의 행적 때문일 것이다. 박 의원은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는 정치인 인상을 굳혔다. 또 당이 어려울 때면 어김없이 구원투수처럼 등장, 당을 살리고 안정에 기여했다. 그 공적을 인정받고 있다. 안 원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 혜성처럼 나타나 낡은 정치 쇄신이란 새 바람을 몰고 오면서 '안철수 현상'을 낳았다. 그 자신도 기존 정치에선 맛볼 수 없었던, 국민이 그토록 바라던 배려, 책임감, 소통, 기여, 편향되지 않으려는 태도 등을 보여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 맞대결이 빠질 수 없게 됐다.
여야를 떠나 두 강자의 맞대결은 최대 관심사가 됐다. '만약' 대결하면 옛 대선과는 무엇이 다를까.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역대 어떤 대선도 보여주지 못한 독특한 경험을 할 것이란 점은 확실하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종전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사실도 목격하게 될 것은 틀림없다.
먼저, 60년 넘는 헌정 사상 첫 남녀 성(性) 대결은 사회에 많은 변혁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대선은 남성 전유물이었다. 역사적으로도 그랬다. 최고 권좌(權座)를 두고 벌인 남녀 대결은 신라 때 여왕 즉위에 반대해 남성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 몇 차례 있었다. 그 이후 만인지상(萬人之上) 자리는 늘 남성끼리 경쟁했다. 따라서 남녀 성 대결은 철저한 신분 사회를 통해 정립된 왜곡된 남녀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니 어찌 옛 선거와 다르지 않겠는가.
또한 우리 사회가 우려하는 대학에서의 이공계(理工系) 기피 현상에도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박 의원이 공대, 안 원장이 의대 출신으로 모두 이공계 정신을 가진 인물이다. 선거 결과 당연히 첫 이공(理工) 계통의 바탕을 가진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광복 이후 우린 1948년부터 현재 17대 대통령까지 10명을 뽑았다. 이들 모두 비이공계 혹은 군(軍'육군사관학교) 출신이었다. 이런 대통령 출신이 다양해지는 셈이다. 그러니 옛 대선에 비해 어찌 새롭지 아니한가.
그리고 박 의원이 대선에서 당선된다면 첫 여성 대통령이 된다. 물론 여성으로 최고 권력의 자리에 앉게 된 사례는 역사 속에도 있다. 신라 세 여왕(선덕'진덕'진성)이다. 그러나 선덕의 여왕 즉위가 632년이고, 마지막 여왕 진성이 897년 왕좌에서 물러났으니 1천 년간 우리 사회는 남성 최고 권력자의 역사였다. 여성 대통령이 외국에서 흔한 일이 됐지만 우리 역사를 생각하면 이 어찌 옛 대선과 다르다 하지 않겠는가.
옛 신라에선 여성의 최고 권력 장악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신라는 왕씨(王氏) 아들이 지배한 500년 고려와 이씨(李氏) 핏줄 남성이 왕좌를 차지한 500년 조선과 달랐다. 신라 왕궁은 한 성씨(姓氏), 남성, 아들만 독점하지 않았다. 56왕(王) 중 여왕이 셋이었다. 박(朴) 석(昔) 김(金) 세 성(姓)이 왕을 나눠 했다. 사위도 여덟이나 왕이 됐다. 어쨌든 두 사람 대결로 달라질 것은 많을 것이다. 두 사람 맞대결 가상 여론조사도 많고 이럴 경우 어떤 대선보다 흥미로울 것 같아 옛 대선과 다른 것이 뭘까 한번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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