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주취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폭력자 검거'구속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주취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치료'상담에는 소극적이다.
대구경찰청은 6월 말부터 이달까지 주취폭력범 13명 중 10명을 구속하고 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나 상담을 받은 주취폭력범은 한 명도 없다. 이 때문에 출소한 뒤 신고자를 찾아 보복하고, 행패를 부리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대구서부경찰서는 13일 술만 취하면 주민과 공무원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은 주취폭력범 C(49) 씨를 구속했다. C씨는 주민들에게 '평리동 악의 축'으로 불릴 만큼 악명이 높았다.
경찰은 알코올상담센터에 C씨를 의뢰하려 했지만 C씨는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C씨는 이전에도 주취폭력으로 경찰에 붙잡힐 때마다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번에도 벌을 받고 나오면 다시 행패를 부릴 게 뻔하다"며 "술 먹고 행패 부린다고 평생 가둬놓을 수 없는 만큼 치료나 상담 등 근본 대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주취폭력범 대부분이 중증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때문에 검거도 중요하지만 치료나 상담을 통해 알코올에 의존하려는 습성을 바꿔야 한다는 것.
달구벌알코올상담센터 도은숙 상담팀장은 "주취폭력자 대부분이 술만 마시지 않으면 멀쩡하지만 실제로 스스로 술을 끊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속적인 치료로 알코올 의존도를 낮추고, 꾸준히 관찰해야 주취폭력 예방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검거뿐만 아니라 치료와 상담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경찰은 지난달 24일 대구시내 알코올상담센터 2곳과 주취폭력범의 상담'치료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주취폭력자에 대한 치료와 상담에 강제성이 없어 당사자가 치료를 거부하면 그만이다.
대구의료원 알코올상담센터 박진우 사회복지사는 "주취폭력을 일으키는 알코올 의존증은 본인의 의지로 극복하기 힘든 불치병"이라며 "주취폭력범을 '알코올 의존증 환자'로 간주하고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강제적으로 치료를 받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현행법상 강제할 방법이 없고,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만 치료감호를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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