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운동장에 잡초만…' 농촌 폐교 애물단지 전락

청송지역 폐교 초교 28곳, 상당수 관리부실로 폐허화

지난 6월 15일 청송에서 방치된 폐교에 원인모를 불이 나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전종훈기자
지난 6월 15일 청송에서 방치된 폐교에 원인모를 불이 나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전종훈기자

농촌 마을 곳곳에 방치된 폐교가 교육 당국의 관리부실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15일 오전 청송군 청송읍의 한 폐교. 1995년 문을 닫은 이 학교는 인기척이 멈춰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운동장에는 사람 키만큼 자란 풀과 쓰레기들이 나뒹굴었고 한쪽에 자리잡은 비닐하우스는 비닐이 뜯기고 골조가 녹이 쓸어 방치돼 있었다.

교실 안은 깨진 유리파편과 비닐 포대, 버려진 농기계, 40㎝ 크기의 말벌집 등 그야말로 수년 동안 사람의 관리 손길이 닿지 않은 듯 흉물 그 자체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6월 15일 이곳에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까지 발생해 인근 주민들을 불안케하고 있다.

이 학교는 수년 전부터 마을 주민 A씨가 농산물 생산 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빌려 쓰는데 계약기간이 내년 6월까지다. 하지만 A씨는 비닐하우스와 비료, 농기구 등을 그대로 방치한 채 폐교를 떠났다.

화재로 검게 그을린 건물은 아무런 조치가 안돼 주민들은 근처로 지나다니길 꺼리고 있다. 이 마을 B이장은 "임대료가 싸니 A씨가 장기 임차를 해 놓고 그대로 방치했다. 불이 나고 주민들이 몇 차례나 항의를 했지만 보험료가 나오면 고친다고 말만 할 뿐 소용이 없었다"고 하소연 했다.

청송교육지원청 폐교 관리담당은 "임대를 하지 않으면 관리에 더 많은 돈이 들어가니 재정보완 차원에서 임대를 권장하고 있다. 매각이 최선이지만 지리적으로 좋은 위치가 아니면 주민들이 쉽게 나서지 않는 게 현실이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임대된 폐교 중 임대료를 연체하는 곳도 많다. 청송읍에 위치한 또 다른 폐교 경우 C씨가 지난 2010년 청소년수련시설로 허가를 받아 사용하고 있지만 사업 운영 악화를 이유로 6개월 동안 임대료를 내지 않고 있다.

현서면의 한 폐교는 마을의 영농조합이 임대를 했지만 임대료를 내지 못하고 있다가 현재 계약이 해지된 상태다.

청송교육지원청 임대료 수납담당은 "사람이 관리하지 않는 폐교보다 사람이 관리하는 것이 훨씬 낫다"며 "C씨가 8월까지 임대료를 납부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일단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고 했다.

청송지역에는 37개 초교 중 2002년 현서면 월정초교까지 28개 교가 폐교된 상태다. 이 가운데 16곳은 매각, 9곳은 임대, 2곳은 교직원용 연립사택으로 쓰이고 있으며 1곳은 임대 보류상태다.

매년 수백만원의 기본 보수비가 폐교 관리에 쓰였고 올해에는 정원과 상수도 관련 보수로 수천만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이행란 행정지원과장은 "폐교를 매각할 때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며 공개 입찰을 통해 매매 대상자가 되더라도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폐교 관리와 매각은 지속적으로 연구해 봐야할 과제다"고 말했다.

청송'전종훈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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