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이 적은데 출연한 이유요? 사랑에 빠지면 무조건이죠. 이유가 뭐가 필요한가요? 대본을 읽자마자 '재미있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강풀 씨 만화 원작인 웹툰도 화장실 두 번만 갔다 왔을 뿐 그 자리에서 다 봤어요."(웃음)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알아주는 배우 김윤진(39)이 스릴러 영화 '이웃사람'(감독 김휘)으로 이달 23일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원톱이나 남자 배우와 함께 투톱 영화에 출연해도 손색없는 그는 연쇄 살인마와 살해당한 소녀, 그리고 주변 이웃들 간에 일어나는 사건을 긴장감 넘치게 담은 영화에서 그리 비중이 크지 않다.
김윤진은 극 중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한 여선(김새론)의 엄마 경희를 연기했다. 그간 '세븐 데이즈' '하모니' '심장이 뛴다' 등에서 강인하고 적극적인 엄마를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아이가 자기 잘못으로 살해당했다고 생각하는 소극적인 캐릭터로 출연한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좋아 '경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깜짝 놀랐다"며 "내가 엄마 역할을 많이 해서 거부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하지만 나는 내 역할보다 전체 대본이나 감독, 배우 등을 보고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웃었다.
또 "내가 평생 주인공 할 것도 아니다. 엄마 역할을 했어도 모두가 다 다른 캐릭터였다"며 "'왜 또 엄마 역할 했나요?'라는 질문 받기가 싫어 좋은 영화에 참여하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꼬집을 예정이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 마주쳐도 고개조차 끄덕이지 않고 주위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현실을 투영, 이야기를 끌어간다.
"제가 10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거든요? 어렸을 때 엄마가 '옆집 아주머니에게 소금 좀 얻어오렴'이라고 하시면 가서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했어요. 그 집에서 우리 집에도 뭐 빌려달라고 오시고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옆집에 누가 있는지 모르게 세상이 변했더라고요. 그게 아쉬워요. 아직 영화를 못 봤지만 시나리오대로라면 그런 현실도 담겼을 거예요."
김윤진은 제작보고회에서 김새론을 질투해 눈길을 끌었다. 분위기 띄우는 발언인 듯싶었는데 "새론 양은 정말 감정을 빨리 잡아 가더라"며 "카메라 세팅할 때 이미 몰입이 다 돼 있었다"고 감탄했다. "새론 양은 나중에 더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고 칭찬하며 "어머니도 딸을 배우로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전해졌다. 지난 2010년 매니저이자 현 소속사 대표인 박정혁 씨와 결혼했는데 아이가 아직 없는 그는 김새론을 보며 아이를 원하지 않았을까.
"일부러 바쁘게 활동해 아이를 안 낳는 건 아니에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아이가 없는 거죠. 예쁜 딸을 낳으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아이를 낳아도 연예계는 힘드니까 이쪽 일을 시키지는 않을 것 같네요."(웃음)
김새론을 비롯해 김성균, 임하룡, 천호진, 장영남 등 모든 배우들과의 호흡이 너무 좋았단다. "많은 배우들이 모여 앙상블을 이루는 영화도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는 김윤진. "촬영 분위기가 좋으면 흥행이 잘 되는 것 같다"는 그는 이번에도 긍정적이라며 웃었다.
할리우드에서 두 번째로 참여하는 '미스트리스'에 대해서도 물었다. 설레는 마음이 크단다. "'로스트'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이제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 같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연기하는 멜로물이어서 기대돼요. 잘나가는 정신과 의사로 나와요. 사랑에 빠진 연인이 죽게 되지만 장례식에서 만난 그 연인이었던 사람의 아들과 다시 또 사랑에 빠져요. 불륜이고 금지된 사랑이죠. 하지만 여성 시청자들이 몰입해 볼 수 있는 역할이에요."
그가 또 미국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하니 쉽게 생각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그는 오디션에 수차례 낙방했고, 계속 떨어지면서 심하게 좌절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친구들은 자기들도 100개 오디션을 보면 1개가 된다며 위로했단다. 그는 "할리우드 스타 캐머런 디아즈도 오디션을 본다"며 함께했던 일화를 전했다.
"캐머런 디아즈는 출연 제의를 받을 때가 대부분이지만 '갱스 오브 뉴욕' 같은 경우는 너무 출연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봤대요. 마틴 스코시즈 감독 영화는 누구든 무조건 오디션을 봐야 한다더라고요. 체면도 내려놓고 감독한테 '너무 하고 싶다고 붙여달라'고 했다고 하던데 그때 저는 '아니, 저 배우가 나랑 같이 오디션을? 나 너무 가망 없는 거 아냐?'란 생각에 몸에 힘이 쫙 빠졌어요. 이러다 미국에서 활동하면서는 평생 오디션 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죠."(웃음)
그래도 "이왕 사는 것 큰 꿈을 꾸며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집 10개를 사겠어!'라고 목표하면 1개는 얻을 수 있겠죠. 꿈이 크면 10%만 이뤄도 괜찮으니 과감하게 높여 잡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해요."
김윤진은 13부작으로 계획된 '미스트리스'가 연장되지 않으면 "4개월 정도 촬영하고, 연말은 한국에서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미스트리스'는 내년 5월 ABC를 통해 방송된다. 그에 앞서 영화 '아저씨'의 헤로인 김새론,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존재감을 제대로 발산한 김성균 등이 힘을 합친 여름 기대작 '이웃사람'으로 관객을 먼저 찾는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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