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 펀펀야구] 너클볼러

원리 못 푼 '신비의 마구' 투수들 배우기 어려워 기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것이 더 많다. 이미 우리 곁에서 존재하고 있는 사실이나 원리들이지만 우리가 정체를 모르는 것이 태반이다.

그래서 세상은 오묘하고 신비스러우며 부단한 노력 없이는 그 조각들을 가질 수 없다.

200년 야구 역사에서도 아직 원리를 풀지 못한 신비의 마구(魔球)가 있으니 그건 바로 너클볼이다.

평균 무게가 145g의 야구공이 75~80km로 속도로 나비처럼 날아가는 것도 신기하지만 뚜렷한 동선에도 숙련된 타자들이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것도 정말 이상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 신비의 마구를 모든 투수들이 던지지 않는 이유는 엄지와 새끼손가락만으로 볼의 양끝을 지탱하면서 나머지 세 손가락의 바깥쪽 부분인 너클 파트를 바탕으로 해 밀어내듯 던지기 때문에 습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완성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자신이 원하는 코스로 구사할 수 있는 구종이 아니어서 일정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너클볼은 회전 없이 진행하기 때문에 홈 플레이트 근처에 이르러 만유인력이 작용하는 순간부터는 소량의 바람과 밀도 및 습도 등 모든 저항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꺾일지는 정말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너클 볼러를 상대하는 포수는 일반 미트보다 더 큰 미트를 특수 제작해 사용한다.

너클 볼러가 되려면 여러 구종을 가지고 어쩌다 한두 번 너클볼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투구의 80% 이상을 너클볼을 구사해야 비로소 너클 볼러라고 불린다.

어렵고 힘든 너클 볼러의 길을 선택하는 이유는 대부분이 부상이나 나이 탓에 더는 무대에서 버틸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든 과정을 거쳐 익힌 만큼 제대로 구사되면 최고타자라도 그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마구의 위력은 대단해 풍성하게 삼진을 수확하기도 한다.

또 체력 소모가 심하지 않고 팔꿈치에 미치는 영향도 적어 40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어 대기만성의 후광도 따른다.

더치 레오나드는 어깨 부상으로 선수 생활이 어렵게 되자 너클볼을 습득해서 1938년 워싱턴 세네터스에서 부활해 173승을 거두며 최초의 너클 볼러로 미지의 세계를 개척했다. 이후 양키스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호이트 빌헬름, 통산 539승을 합작한 너클볼의 전설 니크로 형제, 24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윌버 우드 등이 한 시대를 풍미했고, 최근 200승을 거두고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은퇴한 웨이크필드와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없어 방황하다 뉴욕메츠에서 변신에 성공한 38세의 노장 로버드앨런 디키 등이 뛰어난 너클 볼러의 전사로 주목과 찬사를 받고 있다.

꺼져가는 생명을 다시 살리고자 선택한 너클 볼러지만 고된 여정의 끝에 신무기를 장착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그들의 투혼이야말로 미지로 가득한 세상을 개척해야 할 우리들의 진정한 표본이다.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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