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대구도시철도 2호선 반월당역. 아기를 안은 김세정(33'여'대구 달서구 장기동) 씨는 주변을 둘러봤다. 김 씨는 최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 의 영향으로 지하철을 탈 때마다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없는지 둘러본다.
김 씨는 "아기를 데리고 도시철도를 타는 경우가 많아 자칫 이상한 사람들이 아기까지 해칠까 두렵다"며 "옆에 앉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표정이 이상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할 것 같이 느껴지면 곧바로 자리를 옮긴다"고 불안해했다.
최근 경기도 의정부역 흉기 난동 사건으로 시민들은 대구도시철도에서도 같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 대구도시철도에서 범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지하철경찰대에 따르면 대구도시철도에서 발생한 범죄는 2008년 33건에서 지난해 58건으로 증가했다. 단순폭력은 같은 기간 13건에서 18건으로 31.4% 늘어났고, 성폭력도 3건에서 15건으로 5배 증가했다.
지하철경찰대 한 관계자는 "최근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심리가 예민해지고 자신의 성적 호기심과 욕망을 엉뚱한 곳에 풀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도시철도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시철도 치안 인력은 제자리 걸음이다. 현재 지하철경찰대에서 근무하는 경찰은 10명. 2005년 결성 당시 20명이었지만 같은 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끝난 뒤 10명으로 줄었다. 이 인력으로는 하루에 35만 명가량이 이용하는 대구도시철도의 안전을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이다.
지하철경찰대는 1'2호선 환승역인 반월당과 1호선 성당못역'아양교역, 2호선 성서산업단지'수성구청역 등에 4개의 출장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출장소에는 경찰이 파견돼 있지 않고 순찰 시 거점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 김춘자(70'여'대구 달서구 대곡동) 씨는 "2003년 중앙로역 화재도 결국 사회에 불만이 많았던 사람이 일으킨 사건"이라면서 "대구도시철도에서도 '묻지마식 범죄'가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요한(71'대구 수성구 시지동) 씨는 "가끔 경찰이나 공익근무요원들이 순찰하는 모습을 보긴 하지만 좀 더 자주 순찰해야 시민들이 마음을 놓을 것 같다 "고 했다.
이에 대해 지하철경찰대 관계자는 "현재 10명의 인원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사건이 발생하면 지하철경찰대와 사건이 발생한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역의 역무원, 경찰지구대원들이 즉각 출동해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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