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요일, 학교엔 문화가 왁자지껄…초중고 창의체험 활발

대구 심인중 학생들이 극단 한울림의 청소년 공연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해 학교에서 마당극 \\
대구 심인중 학생들이 극단 한울림의 청소년 공연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해 학교에서 마당극 \\'시집가는 날\\'을 공연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7일 오전 심인중학교 2층 복지실. 이 학교 연극반 학생들이 마당극 '시집가는 날'의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배우로 출연한 학생들은 수시로 대사를 잊어버리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연극 지도를 맡은 배우 정선현(28'여'극단 한울림 단원) 씨는 "처음에는 잘 못하더니 며칠 1대1 연기 지도를 받고 난 뒤 실력이 부쩍 늘었다"며 치켜세운다. 3학년인 반수민(15) 군은 "지도를 받으며 연기를 처음 해보는데 무척 재미있다"며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여름방학 때부터 시작한 극단 한울림의 청소년 공연제작 프로젝트로 극단에서 학교에 직접 찾아가 학생들에게 공연뿐 아니라 분장, 무대장치, 제작 등 연극에 대해 다양한 체험을 하도록 짜였으며 대구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예술체험프로젝트 '3일' 사업에 선정된 프로그램이다.

최근 문화예술 분야에 초'중'고생들을 위한 창의적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주5일제 수업이 시작되면서 토요일에도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 문화예술 교육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쏟아지면서 학생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평소 접하기 쉽잖은 문화예술을 무료 체험하면서 감성 교육에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이다.

◆토요일은 '문화예술 체험-데이'

몇 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 교육은 올해 더욱 활발해졌다. 올 3월부터 초'중'고교에서 주5일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토요일에 맞춰 문화예술기관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다. 올해 3월 각 기관으로부터 신청받아 현재 수성아트피아, 박물관 수, 동부여성회관, 달성문화센터 등 7개 기관 및 단체가 선정돼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박물관 수에서 학생들이 '민화'를 소재로 옷이나 일상용품 등을 디자인하거나 붙이고 꿰매는 등 체험 위주로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민화에 대한 가치와 철학, 삶의 지혜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이곳에서는 3월부터 4개월 가까이 수업을 진행했고 지금은 2기를 모집해 수업 중이다. 이경숙 관장은 "1기 수업을 마친 뒤 입소문을 통해 신청이 많이 늘어 기존 정원(30명)에서 15명을 늘려 수업하고 있다"고 했다. 수성아트피아도 중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일제강점기 대구읍성이 있던 중구 일대를 주제로 음악과 조형예술, 극공연, 인문학 등 5개 분야로 나눠 대학교수와 현장 전문가들을 초빙해 강의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수성아트피아 김종호 팀장은 "강의와 함께 현장 체험 등 수업의 1/3은 체험으로 꾸며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학생문화센터도 기존 창의적 체험 프로그램 외에 올해 초 토요일을 타킷으로 해서 토요문화콘서트와 동아리체험, 문화예술산책 등 3개 프로그램을 신설'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참여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이 밖에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대구미술관, 대구박물관 등 문화예술기관마다 자체적으로 토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예술 교육에 대한 인식 뒤따라야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면서 과거와 달리 학생들은 마음만 먹으면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오히려 수많은 프로그램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기도 한다. 김성철(14'대구 수성구 범물동) 군은 "각 문화예술 기관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창의적 체험학습과 관련해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소개하고 있다"며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무엇을 선택해야 좋을지 고민스러워 친구들과 상의를 많이 한다"고 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을 참여함으로써 학업에 지친 아이들의 감성력을 높이고 창의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박물관 수 이경숙 관장은 "논리적이고 딱딱한 다른 분야에 비해 문화예술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소통과 감동을 가르치기 때문에 학업에 지쳐 있는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교육 소재다"고 말했다. 대구학생문화센터 김영식 연구사는 "보통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되다 보니 오히려 참여를 꺼리다 한 번 참여하면 재미있으니까 다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아직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약해 토요일에 자녀를 학원에 보내려는 경향이 있다 보니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탈하는 경우도 적잖다는 것. 이 때문에 앞으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 계발뿐 아니라 학생들의 적극 참여를 이끌기 위한 분위기도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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