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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멀쩡한 대구사격장…시설엉망, 국제대회 부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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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표적기·와이파이 없고 러닝타깃은 현재 기계 수리중

"수백억원을 들여 지은 사격장인데 내부 시설이 부실합니다. 국제대회를 못 치르는 것은 물론 선수들이 연습하려면 많은 보완이 필요합니다."

이달 24일 오후 대구 북구 금호동 대구사격장의 50m 사격장. 한국체대 사격 선수 한 명이 종이 표적지에 총을 쏜 뒤 망원경으로 자신의 점수를 확인했다. 이를 바라보던 김선일(56) 대구백화점 사격단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 감독은 런던올림픽 남자사격 권총 코치로 진종오의 금메달 2개(권총 10m, 50m)와 최영래의 은메달(권총 50m) 획득에 기여했다.

사격 전자표적지는 종이 대신 전자표적에 총을 쏴 점수를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사격용 기계로, 국제대회에서는 주로 이 기계를 사용해 시합을 한다.

김 감독은 "전자표적지가 있으면 자동으로 점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종이표적은 총을 쏠 때마다 망원경으로 점수를 확인하고 종이를 갈아줘야 한다"며 "오늘처럼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탄착점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500억원을 들여 건립한 대구사격장은 외관만 화려할 뿐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사격 선수들의 연습 공간으로는 부실하다.

연면적 1만7천여㎡ 규모의 대구사격장은 시가 사업비 495억원을 들여 2008년 문을 열었다. 현재 대구시설관리공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민간위탁금 명목으로 시에서 2010년 3억원, 지난해 9억5천만원에 이어 올해는 10억1천만원을 지원했다.

50m 사격장은 물론 25m 사격장에도 전자표적지가 없다. 다만 대구사격연맹의 요구로 10m 사격장에만 전자표적지 80대가 도입됐다.

아예 사격 기계가 고장난 곳도 있다. 표적이 움직일 때 타격을 하는 '러닝타깃'은 현재 기계를 수리중이다. 지난 5월 대구에서 열린 경호처장기 전국사격대회에서 기계 고장 때문에 선수들이 창원사격장에 가서 시합을 치르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 때문에 대구사격연맹은 대한사격연맹 측에 "오는 10월 대구 전국체전 러닝타깃 경기도 다른 지역에서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고 보고한 상태다.

김 감독은 또 경기장 내 와이파이(wifi'무선인터넷)가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전자표적지가 없는 대구사격장에서 감독이나 코치들은 세계사격연맹이 판매하는 스마트폰용 '탄착점 확인 애플리케이션'으로 선수들이 연습할 때 종이표적 사진을 찍어 활용하지만 와이파이 없이는 프로그램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김 감독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연습하는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며 "사격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외형만 꾸밀 것이 아니라 내부 시설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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