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이인성(1912~1950) 탄생 100주년을 맞았지만, 이인성이 고향인 대구에서는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금까지 이인성 작품 수집에 손을 놓고 있는 데다 12회를 맞는 '이인성 미술상' 역시 방향성 없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김태수 맥향화랑 대표는 "이인성 미술상도 물론 좋지만, 그 예산을 모아 작품을 구입해야 한다고 10년 전부터 주장해왔다"면서 "10년 전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싸게 작품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대구시는 작품 구입보다 생색내는 행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에 대해 10년 이상 '예산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 2만2천 명의 강원도 양구군이 관내 박수근 미술관 작품 구입 예산으로 매년 10억원 이상 책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대구시의 '의지 없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이인성 미술상의 상금은 1천만원. 국내 유명 문화예술상의 경우 상금이 1억원을 넘는 경우가 많아 '이인성상'이라는 권위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올해 12회를 맞고 있지만 대구시는 수상작가 작품 한 점 소장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윤범모 가천대 교수(한국큐레이터협회장)는 이인성 미술상이 원로 예술가들에 대한 공로상 성격이 된 것을 비판했다. 윤 교수는 "원로 작가는 굳이 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현장의 현역 작가에게 주는 것보다 시상 효과가 반감되는 경우도 있으며 원로에게 주어지는 상은 이미 전국에 다른 미술상도 많다"고 했다.
더구나 '조선의 고갱'이라 불리기도 했던 천재 화가 이인성의 생가를 비롯해 그의 아뜰리에가 있던 남산병원 터, 그가 지인들과 어울렸던 아루스 다방 이야기 등 다양한 스토리텔링의 소재들이 중구 일대에 즐비하지만 대구시는 이를 보존하고 알리는 데에도 별 관심이 없다.
이에 대해 미술평론가 권원순 씨는 "대구는 어느 도시보다 훌륭한 문화적 자원을 많이 갖고 있지만 '문화가 산업'이라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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