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사 바꿔 써야 할 세 가지 문제/이도상 지음/ 역사의 아침 펴냄
한국 고대사에서 고대 조선을 둘러싸고 있는 해석상의 오류를 논리적으로 파헤쳐 국사 교과서의 올바른 개편 방향을 제시한다. '고대조선이 실재한 나라인가?', '우리나라 청동기시대는 언제부터인가?', '기자국과 위만국, 한사군은 우리 역사인가?'의 세 가지 문제에 주목한다. 2천여 년 가까이 존속했던 고대 조선 역사를 제대로 복원하지 않고 한국사의 기원을 고구려나 신라에서 찾아 한국 사회와 문화의 시발점으로 잡는 오류가 우리 역사학계에서 묵인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해부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한국 사회가 2천여 년간 발달한 후 다시 처음 고대 국가가 출현하는 낮은 수준의 사회로 되돌아가는 기이한 역사가 된다는 점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단국대 대학원에서 역사교육학(교육학석사)과 한국사(문학박사)를 전공한 예비역 육군 장군인 이도상이 잃어버린 우리 역사를 바로 찾기 위한 일관된 노력의 결실이다. 저자는 국사 교과서 첫머리에 우리 민족이 최초로 세운 나라는 '고조선'이라고 한 점을 먼저 지적한다. 이는 '고조선'을 고유명사로 인식한 결과라며 '삼국유사'에는 단군왕검이 처음 나라를 세우고 '이름을 조선이라 하였다'고 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또 단군신화의 문제점도 짚고 있다. 일제는 '조선 역사가 일본 역사를 앞지를 수 없다'는 전제 하에 한국 고대사에서 고대 조선의 실존 역사를 곰과 호랑이가 나오는 신화로 해석하여 이를 가공의 역사인 설화로 왜곡했다는 것. 특히 고대 조선사 가운데 개국 부분만 남기고 모두 말살함으로써 단군왕검 혼자서 2천 년을 통치한 것처럼 꾸밈으로써 신화로 탈바꿈시켜 놓았던 것이다. 그 결과 송두리째 없어질 뻔했던 고대 조선사를 우리 국사 교과서에서조차 축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한국 고대사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인 기자(箕子)와 위만(衛滿)의 문제도 다룬다. '제왕운기'에서 이승휴(李承休)가 우리 역사를 고대 조선(前朝鮮)-기자 조선(後朝鮮)-위만 조선(衛滿朝鮮)-한사군(漢四郡)으로 연결된 것처럼 서술한 것은 고려 유학자들의 사대주의가 만들어 낸 일그러진 역사 의식의 전형이라는 것.
단군이 고유명사가 아니라 직책이었다는 견해도 제시한다. 즉, 왕검은 고유명사지만 단군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로 보아야 한다. 그래서 단군신화는 '단군왕검사화'가 바른 명칭이라 할 수 있다. '단군신화'로 부르게 되면 역대 단군들에 의해 통치되었던 고대조선의 전 기간이 신화시대가 되고 마는 문제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여기서 종합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국사편찬위원회에 정중히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 고대 조선 건국과 그 역사적 실재성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정리하여 보충해 나가야 한다. 둘째, 근거가 불분명한 위만국을 고대 조선의 중심에 끌어들여 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역사 서술은 시정되어야 한다. 셋째, 기자국의 활동 위치와 역할을 분명히 가려서 그로 인해 민족사가 1천 년 가까이 단절되는 역사 해석상의 오류는 극복되어야 한다. 넷째, 서력기원(기원후)이 마치 우리 민족 역사의 기원인 것처럼 혼란을 부추기는 용어의 사용은 지양되어야 한다. 다섯째, 고고학적 편년과 문헌사학의 해석을 결합시켜 새로운 관점에서 한국 고대사 체계를 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52쪽. 1만4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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