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돌산공원에서 상을 차려놓고 금풍생이 굽고 서대 회 무치는 방송 녹화할 땐 꼭 잔치맹키로(처럼) 그랬어. 그땐 젊어서 보람도 되고 그랬는디 이제는 힘이 달려서 하라고 해도 못혀."
금풍생이를 굽고 서대 회 무침을 시작한 지 올해로 30년. 뭐든지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 손춘심(65) 씨는 여느 종갓집 맏며느리처럼 아직도 어떤 일을 하더라도 몸을 사리지 않는다. 오른팔이 아파서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면서도 주방에서 서대 회 주무르는 일은 놓지 않고 있다.
"서른여덟 살 며느리가 장사를 하니 시어머니가 살림을 다 해줬지. 아이를 셋이나 낳았는데도 시어머니가 다 키워줘서 난 어떻게 크는지도 모를 정도로 장사에만 정신이 빠져 30년이나 살았어. 가정살림은 제로였제."
여수 이순신 광장에서 손 씨를 물어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원래 철물점을 시작으로 쌀가게도 했는데 금풍생이 구이집을 하면서 대박이 나버렸다고 빙긋 웃는다. 매일 새벽 3시 반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그날 장사 준비에 나서는 손 씨는 근면과 성실, 그리고 정직함이 성공의 비결이다. 중학교 교사인 딸은 대구 수성구 황금동으로 시집갔고 사위는 대구서 GS칼텍스에 근무한단다. 그래서 경상도 손님들을 보면 마치 사돈댁에서 온 것 같아 반갑기도 하고 내심 신경도 쓰인다고 말했다.
정감 넘치고 구수한 손씨의 남도 입담에 듣는 이들마다 박장대소를 한다. 손 씨는 어떻게 많은 손님의 입맛을 그렇게 딱 맞추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고추장 열두 단지 담가도 시아버지 입맛 못 맞추제. 열에 일곱이 맞다 하면 그냥 고만 밀고 가부러." 018-662-0662. 권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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