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올 때마다 꼭 한 번씩 듣는 말이 있습니다. 너 아직도 대구에 있어? 주말이나 방학이나 틈만 생겼다 하면 늘 어디론가 떠나던 사람이 대구에 꼬박 붙어 있으니 신기했나 봅니다. 저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지요. 사업이라는 성격도 있지만 이제는 사람 만나는 재미로 이렇게 늘 붙어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전에 늘 여행 다니던 주요 이유도 바로 사람을 만나러 갔던 것이지요. 이제는 제가 사는 땅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어떤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는지 열심히 듣고 또 듣고 있습니다.
'사람도서관'(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사업의 주요 프로세스가 바로 다양한 삶의 스토리를 발굴하고 또 발굴된 이야기를 다시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기에 늘 새로운 사람들과 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여기에 '올인'한 것도 이제 1년하고도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요.
처음에는 지인 수준에서 사람들을 섭외하다가 이제는 한 번 했던 사람들이 다시 소개를 해주고 구독자로 참가했던 사람들이 다시 '사람책'으로 활동을 하는 등 나름대로 다단계 방식(?)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사람책 작업 즉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는 요청을 하면 첫 반응은 늘 이렇습니다. '저는 별로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말씀들은 하시지만 차 한 잔, 술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길 시작하면 거의 장편소설을 읽는 듯하지요. 양도 양이지만 내용 면에서도 전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이야기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앞으로 해나갈 일의 계획을 세울 기회는 많이 가지지만 자신이 지금 이 길을 걷게 된 과정과 동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 번 정리 작업이 마무리될 때쯤, 평소 계획을 통해 안정감을 가졌더라면 되돌아봄을 통해 자신감을 가지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의 최고 전문가는 바로 자신입니다. 이렇게 재미있게 정리된 스토리들은 다시 수혜자들에게 전달됩니다. 즉, 현재는 중학교 고등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매주 전하고 있는 것이지요. 한 멘토 선생님께서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화법'이라고 표현해 주셨는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달되기에 누구보다도 진솔하고 생동감 있게 이야기를 전달해 줄 수 있다고 하더군요.
1년이 지난 시점에 중간 결과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보통 문제를 해결할 때 해결 방식을 알려주거나 전문가의 지시도 방법이지만 특히나 심리적인 경우는 함께 그 문제에 대해서 공감하는 것이 아주 큰 힘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결론이었지요. '모든 사람들에게는 남들에게 들려줄 만한 가치 있는 이야기가 있음과 동시에 누구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조심스레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 지인분께서 "이제는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것까지 프로그램이 되었느냐?"고 하시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그때 이런 이야길 해드렸습니다. 작은 마을 도서관에서 한 권의 책을 고르긴 쉽지만 국회나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기란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고, 그만큼 우리 사회는 다양화되었기에 좀 더 다양한 사람을 쉽게 만나기 위한 장도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말이지요.
최근에 사람도서관을 잘 표현할 만한 강의를 온라인에서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 사회학자가 '사람은 언제 가장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가?'에 대해서 연구를 했다고 합니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잠자리에 들 때, 여행을 갔을 때 등등 다양한 사례를 연구했지요. 이 실험의 결과는 바로 나와 전혀 다른 영역의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눌 때라고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또 다른 자극과 동기를 전해주는 것이 바로 '사람도서관의 꿈'입니다.
박성익/네트워크 기획 '아울러' 링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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