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어린 시절부터 한창 영화를 공부하던 때까지는 국내 영화잡지의 전성기였다. 주간지와 월간지 등 많은 영화 전문지들이 있었고 발행 성격에 따라 전문적인 영화지식을 학습할 수 있는 잡지도 있었고 일반 관객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잡지도 있었으며 이 둘을 절충한 발행지도 많았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의 발달에 따른 활자 매체의 위기는 영화 전문지에도 찾아왔다. 어느 순간 월간지들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3개 정도의 잡지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 3개의 회사 중 가장 전문적인 잡지가 일련의 사건으로 발행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2개의 전문지만이 남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회사도 경영이 쉽지 않다. 독자 중에 영화 전문지를 꾸준히 구독하거나 구매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알고 있겠지만, 광고를 통해 유치할 수 있는 수입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 잡지들의 판매 가격은 10년 이상 그대로이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의 확충도 쉽지 않다.
잡지의 두께는 날로 얇아져 가고 있고 볼거리가 적어짐에 따라 악순환으로 구독자들 역시 이탈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광고 단가도 제자리걸음이다. 그나마 이 잡지들이 버티고 있는 것은 두 주간지의 모회사가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언론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경영의 어려움으로 인재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데 모 영화잡지 중견기자의 말을 빌리자면 성장 과정에서 영화를 거의 보지 않은 이들이 영화기자를 지망하고 있다고 한다. 그 자체야 기회의 균등 차원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들이 기자가 되고 취재 현장에 나가면서 인터뷰 과정에서 배우나 감독으로부터 부족한 지식 때문에 면박을 당하는 일이 속출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또한 잡지 기자의 처우 자체가 개선되기 어려워 이직도 늘어나고 있는데 얼마 전에도 대학원에서 영화이론을 전공한 필자의 선배 역시 해당 전문지의 중심 기자였으나 그 여건 때문에 모회사의 스포츠신문 연예부 기자로 옮긴 바 있다.
물론 한국영화는 영화잡지의 흥망과 관계없이 호황이고 더 이상 관객의 볼거리를 매체가 선도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모든 것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듯이 필자의 걱정은 한국영화의 침체기가 시작될 때 영화잡지가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것에 있다.
이는 마치 사회의 시스템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다면 언론의 역할이 적겠지만, 사회가 어려움에 부닥칠수록 그 역할이 강조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우리 영화에 불황기가 왔을 때 그 재도약을 응원하고 새로운 영화와 감독, 배우를 발굴할 수 있는 전문지가 없다면 무척 힘든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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