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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의 시와 함께] 내 왼쪽 귀에 사는 귀뚜라미-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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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귓속에는 귀뚜라미가 산다 이명이시군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귀뚜라미가 산다니까요 귀뚜라미 몰라요?

귀뚜라미가 돌아왔다 닷새 만에 당나귀를 타고 불현듯 돌아왔다 깊은 밤, 귀뚜라미는 당나귀를 내 귓불에 매어놓고 귓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손바닥으로 귓불을 눌러 귀뚜라미를 가두었다 귓속에 갇힌 귀뚜라미는 잠시, 당나귀처럼 날뛰었던가 아직 울어야 할 울음이 넘쳐난다는 듯

귀가 운다 귀뚜라미가 운다 이명요? 아니라니까요 그냥 귀뚜라미라니까요 눈을 뜨면 귀가 뚫어져라 울어대던 귀뚜라미는 어느새 당나귀를 타고 가고 없다 조용한 아침이다

시인들이 말하는 방식은 신화의 말투를 닮았습니다. 사실을 끌어안으면서도 그 이상을 말하는 것이 신화입니다. 키가 커서 걸어다니면 이마에 별이 부딪혔다고 하는 그리스 로마의 어느 신의 모습 속에 회오리바람에 대한 상상력이 포함되어 있듯이.

귓속에 귀뚜라미 소리가 나는 현상을 의사 선생님은 이명이라 하겠지만, 이런 진단을 시인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자신이 겪은 사건이 무미건조한 사실로 싱겁게 끝나지 않고 몇 겹의 의미를 지닐 때 시인은 비로소 이것을 시적 사건으로 기록합니다.

시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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