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법천지 불법 현수막]②"단속 걸려도 그깟 과태료 내면 그만"

대구 동구청 직원들이 동구 각산동 주택가 도로에 설치된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 동구청 직원들이 동구 각산동 주택가 도로에 설치된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구청 현수막 지정게시대가 넘쳐나는 아파트 분양 현수막을 다 소화하기 힘든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법천지도 아니고…. 따라다니면서 수거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대구시내 한 구청 광고물관리팀 관계자는 "불법 현수막에 대처하는 법률이 있어도 막무가내로 내거는 현수막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했다. "과태료를 대폭 올리거나 광고대행사를 집중 단속해서 본때를 보이지 않으면 불법 현수막 난무는 계속 반복될 겁니다."

광고대행사들의 불법이 도를 넘어 막무가내식으로 치닫고 있다. 광고대행사들이 현행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의 맹점을 십분 활용해 불법 현수막을 마구잡이로 내걸고 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 불법 현수막을 적발하면 구청별로 차이가 있지만 20만원가량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불법 현수막이 적발되더라도 과태료 상한선은 50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이에 따라 광고대행사들은 과태료만 납부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심지어 일부 건설사는 광고대행사에 과태료에 대비한 비용까지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을 알고서도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달 8일 오후 대구시내의 한 현수막 제작 업체. 이곳 업주는 광고대행사로부터 아파트 분양 홍보 현수막 제작을 의뢰받아 현수막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현수막 제작 기계는 40분에 1개씩 현수막을 찍어내고 있었다. 1개를 찍어내는 비용은 3만원 안팎. 업주는 "우리는 현수막 제작만 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광고대행사가 현수막 게시'유지까지 해주는 조건으로 돈을 더 준다고 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현수막 게시'유지를 하고 있다는 또 다른 업주는 "현수막이 철거되지 않도록 유지해주는 조건으로 하루 3천원, 한 달에 1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고 했다. 현수막 제작 비용은 별도다. 평균 30개 이상 관리하고 있다는 귀띔도 해줬다. 과태료 부과를 피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목 좋은 곳은 가격이 조금 더 오른다고 덧붙였다. '대동강 물장수'가 따로 없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오후 7시 이후 현수막을 내걸기 시작해 이튿날 오전 6시에 현수막을 자진 철거해준다. 정확히 구청 단속반의 단속 사각지대를 노린 것이다.

광고대행사로부터 '개인영업'을 맡아 현수막을 제작'게시하는 경우도 있다. 영업사원들이 개별적으로 현수막을 제작해 홍보하면서 계약이 성사되면 인센티브를 받는 식이다. 최근까지 '임실장'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영업을 했다는 한 업자는 "아파트 계약이 성사되면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3천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며 "1, 2회 단속반에 현수막이 철거됐다고 해서 큰 타격은 없다. 곧바로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광고대행사들은 불법 현수막을 대량 제작해 대구시내 곳곳에 내거는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 투입 비용 대비 홍보 효과가 최고라는 이유에서다.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많이 내걸 때는 한 번에 500개씩 내건다. 과태료 부담이 있어 회수에 힘을 쓰지만 회수율은 고작해야 20% 정도"라며 "불법인 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래도 과태료는 최대 500만원에 그치기 때문에 대부분의 광고대행사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구 동구청이 집계한 과태료 최다 부과 업체의 경우 올 들어 과태료로만 1천126만원이 부과됐다. 이 업체는 과태료를 체납한 적도 없다. 그러나 이 업체는 여전히 불법 현수막을 내걸어 홍보를 계속하고 있다. 불법인지 알고서도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 동구청 관계자는 "올해가 최근 5년 사이 과태료 부과 실적이 가장 높고 앞으로도 계속 단속할 예정이지만 불법 현수막을 마구 내거는 행위가 숙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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