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가장 좋은 직업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좋은 직업이란 무엇일까?

최근 10년간 한국인의 직업선호도 조사 결과 상위권에 있는 선호 직업은 주로 의사, 교사, 법조인, 공무원 등 누구나 알 수 있는 전통적인 전문직종이었다. 현대사회는 급변하고 첨단시대에 발맞추어 새로운 직업군들이 속속 창출되고 있는데도 사람들의 선호 직업은 과거나 현재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고용노동부의 2012년 한국직업사전에 의하면 2012년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직업의 종류는 9천298개로 분류되어 있고 1만 개 이상의 직업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수많은 직업들 사이에서도 선호 직업은 대접받고 경제적 안정을 가질 수 있는 소수 직업군에 한정되어 있다.

모 특목고에서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졸업 후 진학하고 싶은 전공학과에 대한 조사가 있었는데 400여 명의 학생들 중 90% 이상이 의학과를 응답했다고 한다. 물론 그 학교가 나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한 학교였지만 그 결과가 참으로 놀랍고도 어이없었다. 물론 그중에는 의사란 직업에 대해 동경하고 매력을 느껴 선택한 학생도 있겠지만 다수의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세뇌되었다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자녀들이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삶을 살기 원하는 것은 모든 부모의 공통적인 희망사항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정해놓은 목표에 자녀를 끌고 가는 것만이 부모의 역할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가 좋아하는 일,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일을 먼저 파악하는 일이다.

사람마다 재능도 다르고 좋아하는 일도 다르다. 직업은 이것의 연장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업만족도에 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전문직이 만족도에서는 크게 떨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전문직 종사자 다수가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아무리 보수가 좋더라도 하기 싫은 일, 적성과 다른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재능을 무시하고 자녀를 한 방향으로만 내몰았다면 전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한 김연아나 박태환은 없었을 것이며, 백남준이나 정명훈 또한 평범한 인생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필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직업이라 생각한다. 그 일을 잘하기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다. 안정적인 생활만 생각해서 하기 싫은 일, 재능이 없는 일을 직업으로 갖는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만 하고 살아도 힘들 때, 후회될 때가 생기는 법인데 좋아하지 않는 일을 직업으로 일생을 산다는 것은 너무 끔찍한 일이 아닐까?

이현창(대구시립국악단 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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