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의 窓] 방폐장 지원금 1,500억 사용처 논란

경주에 방폐장 유지치역 특별지원금 3천억원 가운데 쓰고 남은 1천500억원의 사용처를 두고 말들이 많다. 몇 사람만 모여도 특별지원금의 배분을 놓고 서로 옥신각신하는 모습이다.

유치지역(동경주) 주민들은 방폐장이 들어서는 곳에 더 많은 돈이 배정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시내권 주민은 유치를 위해 같이 힘을 모았으니 시내권을 중심으로 지원금이 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주시는 사회간접자본에, 경주시의회는 자신들의 선거구에 더 많이 배정될 수 있도록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한마디로 1천500억원의 사용처를 두고 모두가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필자도 본의 아니게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런 분란 속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굳이 한마디를 보태라면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생각이다.

당초 3천억원 중 1천500억원이 먼저 쓰였는데 강변로 개설과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건립 등 SOC 사업에 배정됐다. 경주시는 국비 보조가 되지 않는 사업에 썼다고는 하나 유치지원금의 사용처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특별지원금은 재생산 재투자를 하는 선순환 방식의 수익 사업을 위한 종잣돈으로 사용되는 것이 맞다는 게 지역의 중론이며, 필자 또한 생각이 같다.

최근 경주시가 마련한 나머지 1천500억원 사용 계획안을 보면 역시 대부분 SOC 사업에 배정됐다. 그중 500억원을 동경주 지역에 배정한다고 했다. 시내권과 동경주 지역의 인구를 대비하면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당초 경주시는 동경주 지역에 전액을 주겠다고 약속한 적도 있었다. 유치지역 주민에게 더 많은 지원금이 돌아가는 것이 이치에 맞지만, 다른 지역의 반발을 고려해야 하는 경주시로선 고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1천500억원의 사용처는 그렇게 결정되었다고 하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경주시가 한수원이 갖고 있는 에너지박물관 건설사업비 2천억원을 넘겨받아 동경주 지역을 위해 쓸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사업비는 최양식 경주시장이 한수원 본사의 시내권 이전을 조건으로 한수원과 협의를 거쳐 양북면 장항리에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한 부분이지만, 전제조건인 시내로의 본사 이전은 무산됐다. 그렇더라도 당초 공언대로 동경주 지역을 위해 쓰이는 것이 맞다는 얘기가 많다. 이 돈을 상대적으로 낙후한 동경주 지역에 수익사업을 위한 산업단지 건립 등으로 활용하면 주변지역에 대한 배려와 재투자, SOC 사업의 원활한 진행 등을 기대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금 동경주 지역에는 4번 국도 확장과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 건설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동경주는 이 도로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재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면 완벽한 도로망까지 더해 소득 증대는 물론, 인구 유입도 기대돼 동경주의 미래가 바뀌지 않겠는가.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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