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유·염색 기본…미용·웨딩촬영도 셀프로

셀프 경제, 어느새 생활 속으로 깊숙이

경기침체에 셀프 경제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직접 계산할 수 있는 셀프계산대와 일반 주유소에 비해 저렴한 기름값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셀프주유소. 매일신문 DB
경기침체에 셀프 경제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직접 계산할 수 있는 셀프계산대와 일반 주유소에 비해 저렴한 기름값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셀프주유소. 매일신문 DB

직장인 서미영(31'여) 씨의 생활은 '셀프'가 익숙하다. 커피 값을 아끼려고 집에 있는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뽑아 보온병에 담아 출근을 하고, 퇴근길에는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30원가량 저렴한 셀프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는다. 대형마트에서도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고 집에서는 셀프 미용기기를 이용해 하루 동안 지친 피부를 관리하고 잠자리에 든다.

서 씨는 "셀프라이프는 비용을 절감하는 것과 함께 나름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며 "내년 초 웨딩촬영도 셀프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셀프 경제'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인건비를 줄여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셀프 서비스는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셀프 주유소부터 셀프로 하기 어려울 것 같은 셀프 웨딩촬영까지 셀프의 영역도 다양해지고 있다.

◆비용 절감하는 셀프 아이템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셀프 아이템은 '셀프 주유소'다. 대구지역 셀프 주유소는 9월 기준 50개로 전체 444개의 11.2%를 차지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 2008년 초부터 셀프 주유소가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2010년 21개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28개까지 늘어났지만 전국 셀프 주유소 증가세에 크게 미 치지 못했지만 올 들어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장기간 고유가에 조금이라도 저렴한 기름을 넣으려는 소비자들 때문에 주유소들도 생존전략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셀프 주유소 전환을 선택하고 있는 것. 셀프 주유소는 인건비와 사은품 비용 절감으로 비슷한 조건의 일반 주유소보다 기름 값이 싸다.

셀프 미용도 미용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 제약사가 지난해 선보인 거품형 셀프 염색약의 경우 올 들어 홈쇼핑에서 30만 세트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다. 이마트의 염색약 매출도 올 10월까지 지난해 대비 1.5배가량 증가했다. 주부 송기영(45) 씨는 "새치가 많은 편인데 미용실에서 염색을 하려면 적어도 5만원은 줘야 해 부담이 크다"며 "염색약을 사서 직접 염색을 하면 비용이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지난해부터는 집에서 직접 염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색약뿐 아니라 집에서 스스로 뷰티케어를 할 수 있는 셀프 뷰티 아이템을 찾는 소비자들도 많다. 피부관리실이나 미용실을 주기적으로 찾으려면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셀프 뷰티 관련 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미용실 못지않게 머리를 꾸밀 수 있는 헤어스타일링 제품들과 셀프 피부관리 제품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피부관리실에도 셀프 바람이 불고 있다. 대구지역에 3개의 점포를 두고 있는 셀프 피부관리실 '벨스킨'. 이곳은 화장품과 미용기구를 구비해 두고 손님이 스스로 피부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피부관리사가 손님 한 사람을 전담해서 피부 관리를 해주는 일반 피부관리실과는 달리 인건비가 적게 들어 이용 요금이 10분의 1 수준이다.

◆셀프로 나만의 개성을 살린다

비용뿐 아니라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나만의 특별한 제품도 셀프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대형마트의 '셀프 계산대'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직원들이 계산을 해주는 일반 계산대가 아닌 손님이 직접 바코드를 읽히고 결제를 하는 셀프 계산대는 소량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는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대구에는 홈플러스 성서점, 칠곡점, 칠성점 등 5곳에 점포당 평균 4대의 셀프 계산대가 있다. 점포별로 하루 평균 전체 이용객의 10% 수준인 1천여 명이 셀프 계산대를 이용한다. 특히 소량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남성 고객들의 이용이 많다.

나만의 사진을 남기기 위한 셀프 스튜디오 촬영도 인기다. 셀프 스튜디오는 장소와 전문카메라 등 촬영에 필요한 소품은 모두 빌려주고 사진은 고객이 직접 찍는다. 전문가가 도와주면서 사진을 찍기 때문에 가족 사진, 돌 사진 등을 나만의 개성은 살려 남길 수 있다.

셀프 스튜디오와 함께 웨딩도 셀프 웨딩으로 준비하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한 온라인 오픈마켓에 따르면 올 상반기 셀프 웨딩 관련 상품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다.

예비 신랑, 신부들이 결혼 준비 과정 중 셀프로 진행하는 대표적인 항목은 웨딩 촬영이다. 셀프 웨딩촬영은 예비부부들이 직접 촬영 장소를 섭외하고 의상과 소품을 준비해 앨범을 만든다. 앨범 제작은 전문 업체에 의뢰하지만 직접 디자인을 하거나 의상과 소품, 장소를 직접 선택할 수 있어서 개성 있는 웨딩 촬영을 원하는 예비 부부들에게 인기다.

나만의 드레스를 원하는 신부들은 웨딩숍을 통해 드레스를 빌리거나 사지 않고 해외구매 대행 사이트를 통해 드레스를 구매하기도 한다. 지난 4월 결혼식을 치른 한지예(29'여) 씨는 "웨딩숍을 많이 다녀봤지만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찾을 수 없어 해외 온라인몰에서 마음에 쏙 드는 드레스를 구입해 결혼식 당일 입었다"며 "남이 입었던 드레스가 아닌 나만의 드레스라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