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박하선

영화 '음치클리닉' 출연

# 원래 전 음치…노래 잘 부르는 장면 연기 힘들었지요

배우 박하선(25)은 "이름이 알려지면 더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에 참여했다. 그간 드라마 '동이'를 통해 단아한 이미지로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던 그는 이 시트콤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허당'과 '꽈당' 사이를 오가며 웃음을 줬다.

그의 말대로 유명해졌으나 반대 효과도 있었다. 이미지가 다시 또 한쪽으로 치우쳐버렸다. 박하선은 살짝 아쉬움을 내비쳤다. 시트콤과 달리 털털함도 있고, 진실함이 넘쳐나 20대 여성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영화 '음치클리닉'(감독 김진영)을 선택했는데 많은 이들이 극중 박하선이 연기한 동주의 캐릭터를 시트콤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와 자꾸 비교하기 때문이다.

"요즘 영화들을 보면 여자 배우가 매력 있는 역할을 만나기가 쉽지 않잖아요. 이 영화는 여자들이 공감할 것 같았어요. '하이킥' 때 남자들이 사랑해주셨다면 이번에는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싶었죠. 시트콤과 비슷하게 안 보이려고 무척 노력했거든요."

◆잘 불렀다 싶은 데 "음은 다 틀려"

'음치클리닉'은 짝사랑하는 동창 민수(최진혁)에게 노래를 불러주기 위해 음치에서 탈출하려는 동주(박하선)와 그 여자를 도와주려다 엉겁결에 애정전선에 합류하게 되는 음치클리닉 스타강사 신홍(윤상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박하선은 두 달간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며 노래 실력을 키웠다. 실제 음치라 노래 못하는 동주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어렵진 않았단다.

다만 노래를 못했다가 잘 불러야 하는 상황이 있어 힘들었다. 보컬 트레이너의 특별 훈련을 받은 박하선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한다는 게 창피하긴 했지만 뻔뻔하게 배워 맛깔 나게 연기했다.

"학창 시절에도 비슷했어요. 가창 실기 시간에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친구들은 웃었죠. 이번에 보컬 트레이닝을 받을 때도 저는 나름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선생님도 제가 자신감 있게 불러서 잘하는 것 같은데 음은 다 틀린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극중 상대 남자를 짝사랑하는 상황 설정이 자신의 경험과 비슷해 연기하기도 수월했다. 극중 보라(임정은)가 동주의 마음을 알고도 민수를 가로채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 있어 짝사랑의 감정을 제대로 녹인 것.

박하선은 "입시 준비 전,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다"며 "그런데 귀엽고 애교 많은 친구한테 빼앗긴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특히 "'하이킥'을 하면서 원 없이 귀여운 척을 했다. 그 친구가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귀여운 것 할 수 있다!' 하는 심정으로 열심히 했다"며 웃었다. 이어 자신도 동주처럼 "결국에는 고백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박하선도 나름 아름답게 마무리됐단다.

어쩔 수 없이 '하이킥'의 이미지는 박하선을 꽤 쫓아다닐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는 '영도다리'에서 아이를 찾아 떠나는 19세 미혼모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는 유부남을 좋아하는 여성을 연기하는 등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팔색조 여배우인데, 흥행작들이 아니다 보니 다른 모습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동이'도, '하이킥'도 주변에서 출연을 극구 말렸는데 '욱'하는 마음에 참여한 작품들이란다. 특히나 '하이킥' 같은 경우는 한 친한 감독이 "하선아, 넌 감추면서 많이 보여줘야 한다. 장점이 많다"고 조언했단다. 하지만 박하선은 "'왜 내가 그런 걸 못한다고 하는 거지? 나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줘야겠다'는 마음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너무 성공적이라 다른 고민이 생겨버린 케이스다. 박하선은 "사랑을 받는다는 게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며 "주목받으면 그만큼 부담도 된다"고 고민했다. 그렇다고 후회하거나 잃은 게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빡빡한 촬영 스케줄이 힘들긴 했지만 많이 배웠다.

◆같이 출연 윤상현과는 의남매 맺어

"시트콤을 하면서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 때문에 이번 작업은 나를 힐링하자라는 생각이었죠. 촬영이 힘들긴 했지만 현장은 재밌었어요. 이번에 얻은 건 '앞으로 더 많은 영화를 해도 되겠구나' 하는 안심이 들었죠. 흥행이 돼도 자만하지 말고, 흥행이 안 돼도 실망하지 말자는 생각이에요."(웃음)

'음치클리닉'을 통해 "의남매를 맺기로 했다"는 윤상현과의 연기는 인상 깊게 남았다. 앞서 윤상현은 "'동이'를 보고 박하선이 이상형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는데 "너무 쾌활하고 유쾌한 박하선을 직접 경험하니 생각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었다. 박하선은 애초부터 윤상현이 남자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는 "현장에서 오빠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조용히 연기하고 싶었는데 오빠가 계속 와서 말을 걸었다"고 기억하며 웃었다.

박하선은 이렇다 할 스캔들이 없다. 그는 "연기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싶지, 사생활로 덧씌워지고 싶진 않다"며 "한국에서는 아직 그런 게 용인이 안 된다. 또 결혼도 잘해야 하니까"라고 웃어넘겼다. 아울러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는데 최소 1년 이상 상대를 봐야 제대로 그 사람에 대해서 알 것 같다"는 신중함도 드러냈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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