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아퀴나스 '진리론'/토마스 아퀴나스 지음/이명곤 옮김/책세상 펴냄
'참 양심도 없네!', '양심의 가책도 안받나?', '내 양심을 걸고….'
보통 사람들은 일상 속 대화에 '양심'이란 단어를 자주 끼워 넣는다. 하지만 이 단어는 쉽게 내뱉을 말은 아니다. 중세 스콜라 철학을 완성한 토마스 아퀴나스가 수많은 항목 중에 이 두 음절의 단어에 천착했다. '양심'(良心). 한자로는 쉽다. 어진 마음. 조금 길게 설명하면, 선악을 판단하고 선을 명령하며 악을 물리치는 도덕 의식이다. 이 단어가 아무렇게나 세상에 난무할수록 더 어지러운 세상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래저래 양심없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21세기 12년째로 접어든 이 시대에 '양심'의 의미를 되짚기 위해서라도 토마스 아퀴나스 '진리론'은 한번쯤 손에 들어도 좋을 고전 중 한 권이다.
이 책은 저자의 강의록에 기초해 작성된 것으로 십자군전쟁으로 점철된 13세기 서구 중세유럽 시대의 끊이지 않은 논란(아리스토텔레스 철학 추종자들 VS 성직자들)과 특권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철학과 신학을 대중화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이 책에서 특히 '양심'과 '의식'에 방점을 둔 이유는 철학이 현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 저자는 '양심'을 철학적 용어로 정립하고, 우리의 의식과 행위의 제1원리로 봤다. 이는 탁월한 사유였다. 양식과 의식을 구분하면서도 이 둘의 관계를 필연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이 책은 인간 행위의 존엄함과 자율적 토대를 마련해 주며, 양심의 소리가 외면당하는 현대사회의 비극을 치유할 단초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원래 출간을 위해 저술된 것이 아니었다. 원제목은 '진리에 대해 논의한 문제들'로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한 대학 강의록이었다. 이 때문에 이 책은 독자를 향해 열려있다. 전체 12개 논의와 총 243개의 질문들로 구성돼 있다. 주된 논의를 이성과 양심 그리고 자유의지, 진리와 신에 있어서의 진리에 대한 앎, 천사와 인간 등 당시 유행한 시대적 논제들이다. 이 책은 매 장마다 문제가 되는 주제에 대해서 ▶반대의 견해들 ▶이에 대립하는 견해들 ▶토마스 아퀴나스의 견해 ▶반대의 견해들에 대한 해결책 순으로 정리해 싣고 있다.
독일의 대철학자 칸트는 자신에게 두려운 것 두 가지가 '하늘에서 빛나는 별과 양심의 소리'라고 했다. 도덕 판단의 제1원리가 바로 '양심'이다. 인간이 자신의 행위의 주인이 되는 자율적인 인간이고자 한다면 옳고 그름, 선과 악을 판단해 주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 안된다. 바로 이 원리의 핵의 '양심'이다. 이 책은 분량도 적고 값도 싼 편이다. 192쪽, 6천900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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