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같은 목적(目的)을 두고 서로 이기거나 앞서거나 더 큰 이익(利益)을 얻으려고 겨루는 것"이라고 돼 있다.
경쟁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마 '입시 경쟁'이 아닐까 싶다. 연말 입시전쟁이 끝나고 새해 신학기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연례행사에서 난 이렇게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새내기 여러분, 어려운 경쟁을 뚫고 이 대학에 입학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러분 스스로가 꿈을 꾸고, 스스로가 무한한 경쟁력으로 무장해 자유로운 꿈을 펼치는 예술의 터전에 오게 된 것을 크게 환영합니다."
그동안 EQ가 빠진 우리만의 경쟁 방식에서 뒤처진 학생들을 만나고서도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예술 전공자)이 인문사회계열이나 여타 이공계통의 전공 학생들보다도, 감성적 행복지수의 만족도가 대단히 높다는 것을 발견하고부터다. 즉 경쟁의 논리보다도 발상의 전환적 사고가 높고, 창조적 역할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졌다는 확신이 있었음에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정치 분야에서 감당해야 할 몫을 경쟁이라는 우열의 논리로 취업률, 신입생 충원율 등으로 수치화해 대학을 관리하려 들고 있다. 음악'미술을 전공한 학생들을 생산 공장에, 보험회사에, 유통회사에 취직하라는 것인지 취업률만 대학에 수치로 요구해 따지고 있는 교과부의 단호한 엄명에 따라 사학들은 경쟁 논리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 교과부가 짜놓은 스펙 맞추느라 전전긍긍이다. 진정한 참교육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대학사회의 서열화, 성적의 무조건적 상대평가, 대기업과 골목 슈퍼마켓들의 법리전쟁, 대선 토론장에서 군소 후보자의 독설은 온 나라를 말 잔치 대결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진정한 우리 사회의 가치관마저 혼란스러워 그저 서글프기만 하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경제에 활발하게 시장논리의 선순환이 이뤄지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자연스레 취업할 수 있는 선택의 폭도 커지게 되는 것이 지극히 단순한 논리이지만 떠넘기기식의 해법은 또 다른 경쟁을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
자연스런 경쟁은 행복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막다른 외길로 몰아대는 경쟁은 비정한 승자만 낳을 뿐, 점점 더 많은 약자를 방치하는 구조로 만들 뿐이다. 부와 재능의 분배를 왜곡시켜 사회의 가치를 떨어지게 한다. 그나마 경쟁에 지쳐 있는 우리들에게 '힐링'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올레길에 둘레길로 느림의 미학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는 것이 다행이랄까. 필요악의 모순에 빠진 세상을 치유하는 처방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홍상탁(대구예술대학교 교수'디지털사진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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