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으로 증가한 요양병원과 노인 환자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더욱이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저소득층 고령 환자들도 늘고 있어 이들의 의료비를 감당하느라 대구시 재정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건보 재정 허리 휘게 하는 요양병원=맞벌이 직장인 김모(52) 씨는 어머니를 대구의 한 요양병원으로 보냈다. 거동이 불편하고 여든이 넘은 어머니를 혼자 집에 있게 할 수 없어서다. 한 달 병원비는 70만원. 김 씨는 "어머니 수발을 들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에 모시게 됐다"며 "매달 비용이 70만원으로 정해지다 보니 형편이 되는 형제들끼리 나눠 부담한다"고 했다.
요양병원이 얼핏 보기에 '적은 돈'으로 환자를 유치해도 유지가 될까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남는 장사'이기 때문에 병원이 유지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요양병원이 생겨난다. 이유는 환자 보호자가 내는 병원비 외에도 별도의 수익을 내는 방법이 있기 때문.
병원은 보호자 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으부터도 돈을 받는다. 환자가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건보공단에 환자의 입원 진료비를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
2008년부터 요양병원 입원진료비 지불 방식은 행위별 수가제에서 '일당 정액수가제'로 바뀌었다. 일당 정액수가제란 의료 서비스 내용이나 양과 관계없이 하루 정해진 비용이 지급되는 서비스다. 하지만 치매환자 약값과 폐렴과 패혈증, 뇌졸중 같은 전문재활치료는 치료하는 횟수와 양에 따라 수가가 달라지는 행위별 수가제 적용을 받는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환자도 건강 상태에 따라서 상태가 가장 나쁜 '의료최고도'에서 '의료경도'로 나뉜다. 의료최고도 환자의 경우 하루 입원하면 4만3천원을 건보공단에 청구할 수 있는데 한 달이면 130만원 가까운 비용을 받기 때문에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요양병원에 투입되는 건강보험 재정은 엄청나게 늘고 있다. 건보공단이 발표한 '최근 6년간(2005~2010년) 요양병원 입원환자 건강보험 진료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요양병원 입원진료비는 2005년 1천251억원에서 2010년 1조6천262억원으로 최근 6년 사이 13배나 증가했다. 지난해는 1조6천107억원이었다.
건보공단 대구지역본부 우병욱 부장은 "지난해 건강보험 전체 급여 비용이 34조원 정도였는데 이 중 1조6천억원이 순수하게 요양병원 진료입원비로 사용됐다"며 "특히 요양병원에는 1년 이상 장기 입원이 필요한 만성질환자들이 많아 청구 금액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 재정도 '휘청'=요양병원 증가가 건보 재정에만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다. 취재진이 찾아간 대구의 한 요양병원은 전체 환자 140여 명 가운데 40% 정도가 '의료보호 대상 환자'였다.
의료보호 대상 환자란 소득 수준이 낮은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서 의료비 전액이나 절반 이상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받는 이들을 말한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이곳 노인들의 경우 한 달에 20만~30만원 남짓한 간병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의료비를 정부에서 부담한다. 병원에 있으면 세 끼 식사도 나오고 치료도 받을 수 있어 병원에 계속 머무르길 원하는 노인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의료보호 대상 환자들이 늘면서 대구시 재정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0년 2천786억원이었던 의료급여 비용은 2011년 3천19억원, 올해는 3천435억원으로 3년 전에 비해 416억원 가까이 늘었다.
더욱이 해마다 전체 기초생활수급자는 줄고 의료급여 지원금은 늘어나는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병원비 전액을 면제받는 의료보호 1종 대상자가 매년 1천 명 가까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대구시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의료보호 1종 환자는 비급여 항목만 빼고 의료비 전액이 무료이기 때문에 몸이 조금만 불편해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게다가 65세 이상 환자들은 근로 능력이 없어 의료보호 1종으로 판정되는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 높기 때문에 요양병원에 오래 입원할수록 대구시 재정에 미치는 타격이 큰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노인 환자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436만5천여 명이었던 65세 이상 인구는 2010년 542만4천여 명으로 24.2% 이상 늘었다. 2010년 전체 인구(4천799만여 명) 중 11%가 65세 이상 고령인구였지만 통계청은 2040년이 되면 1천650만 명으로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북대 최희경 교수(행정학과)는 "이미 15년 전부터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건강보험 적자 문제는 예상됐다. 무조건 노인 환자를 위한 복지 혜택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재정을 확보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안을 세우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