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일제 암울한 시기 요절 국민시인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여!'('초혼' 중에서)

우리나라 독자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시인으로는 아마도 김소월(본명 김정식)을 손꼽을 수 있다. 그는 우리에겐 민요시인으로 국민시인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 그의 시가 우리 토속적인 가락과 전통시의 흐름을 이은데다 민족 정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1902년 태어나 일제 암흑기에 33세라는 짧은 생애로 요절할 때까지 모두 200여 편을 남긴 그의 시에서는 보편적으로 '정'(情)과 '한'(恨)을 느낄 수 있다. 그 '정'과 '한'은 '임'을 향한 것이란 평가다.

1차 세계대전과 3·1만세운동, 세계 경제 공황기의 우울한 시기를 살면서 생전 남긴 그의 시를 두고 '한의 시학'이란 이야기를 듣는 이유다. 절망과 퇴폐의 기운이 사회에 퍼지던 암울한 시기를 살면서 문명에 대한 회의와 서구문명으로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이 무너지던 시대 속에서도 우리 가락과 정서를 담은 시를 써 시대를 넘어 애송되고 있다. 그러나 일제에 대한 저항정신은 약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받았다. 1924년 평북 구성군의 한 북방 변두리로 내려가 유폐된 생활을 하던 그는 1934년 오늘 너무나 짧은 생을 마쳤다.

정인열<서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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