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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미키 비(Mickey B)

미키 비. 북아일랜드에서 최고로 경계가 삼엄한 맥하베리 수용소에서 1급 강력범들이 직접 출연하고 제작에 참여한 영화다. 이 영화는 세익스피어의 '맥베스'를 교도소를 배경으로 현대적으로 각색하고 재소자들이 직접 배우와 스태프로 참여해 화제가 됐었다. 1시간 남짓한 상영시간동안 감옥을 배경으로 배신과 살인, 그리고 파멸의 드라마를 생생하게 펼쳐 보여준다.

감독인 '톰 맥길'은 전과자였다. 그는 단지 아일랜드 인이라는 이유로 잉글랜드의 학교에서 교사에게 신체적 괴롭힘과 집단 따돌림을 당하게 되자 15세에 자퇴하고 갱단에 들어갔다. 그는 폭력행위로 19세 때 3년형을 선고받았다. 톰의 교도소 옆방에서는 아일랜드 공화국군(IRA) 단식투쟁자가 수감되어 있었고, 그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이 젊은 전과자에게 '교육을 받아라, 자긍심을 가지라'고 간절히 충고를 한다. 그의 충고에 '뼛속까지 흔들린' 톰은 교도소 도서관에서 존 스타인벡의 소설를 읽는다. 그리고 그 책에 묘사된 인간애에 흐느껴 울며, 자신 안에 있는 인간애를 긍정하게 된다. 출소 후 톰은 소외계층에게 예술교육을 제공하는 회사 ESC를 창립한다.

톰은 그의 삶에서 얻은 배움대로 재소자들을 대했고 영화 제작에 성공한다. 그는 '존경과 신뢰'로 재소자들을 대했으며, 재소자들이 자신들의 선택과 판단에 따라 영화를 만들도록 격려했다. 처음에 톰을 불신하던 재소자들은 서서히 톰을 신뢰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격다짐의 싸움 대신 건설적인 논쟁을 하며, 스스로를 신뢰하면서 책임감을 갖고 프로젝트를 완성해나갔다. '맥베스'라는 특별한 텍스트는 톰의 바람대로, 재소자들이 억압해둔 죄책감을 표출하고 범죄의 충동과 동기를 '직면'하게 도왔으며,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낳았다. 재소자들은 자신의 폭력, 살인, 배신, 죄책감, 야망 등에 대한 동기를 스스로 대면할 수 있었고 출소 후, 새로운 삶을 찾아 나가고 있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영화가 상여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은 사건들이 올라가면서 피해자의 입장이 된 관객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였다. 죄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킴으로서 끝낼 것이 아니라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연구 되어야 한다.

전국 11곳의 소년원에 수감되어 있는 인원은 총 1천200여 명이다. 이들 중 80%는 빈곤과 주변 환경 때문에 빚어진 단순 절도와 폭력사건에 관련된 소년들이다. 영화 미키 비와 감독 톰 맥길이 하고 있는 예술교육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김은환<굿 프랜즈 아츠그룹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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