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박근혜 산타' 모든 굴뚝에 선물을…

크리스마스이브.

도심 번화가 곳곳에 세워진 크리스마스트리가 붉고 푸른 오색등을 깜박거리며 겨울 밤거리를 밝힌다. 정부는 전기를 아끼자고 하지만 그래도 성탄절엔 밝고 화사한 거리 분위기가 좋다. 더욱이 새 대통령을 뽑아 놓은 올 성탄엔 트리에 켜진 오색 등불에서 새해의 밝은 희망을 꿈꿀 수 있다면 전기료쯤 좀 나온들 어떠랴.

오랜만에 3만 개의 크리스마스트리 등이 켜졌다는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峯) 불빛도 불 꺼진 북녘 땅 주민들의 마음에 따뜻한 평화와 사랑을 비춰줄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 아니겠는가.

크리스마스만 되면 흥청거렸던 유럽 국가들의 올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졸지에 나라 살림이 기울어지면서 우울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도 경제난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모양이다.

세계 최고의 거리 조명을 자랑해 오던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도 조명 장식을 줄이고 조도(照度)도 낮췄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소모되는 전기료 14억 원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그것도 모자라 콧대 센 루이비통 매장과 리도극장도 야간 조명 시간을 줄였다. 일찍이 1800년대에 세계 최초로 전기 가로등을 설치했던 파리의 자존심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선물도 지하철서 파는 단돈 5유로(Euro=약 8천 원)짜리 액세서리조차 팔리지 않을 정도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 포퓰리즘 정치의 벼랑 끝에 매달린 나라들도 올 크리스마스 선물 비용이 35~40%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IMF나 EU공동체 같은 산타클로스가 나타나 구제금융 선물이라도 안겨주기 전에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유럽 크리스마스이브의 밤거리는 어둡고 우울한 거리가 될 것이다.

그나마 우리 대구는 엊그제부터 '은하수 동물농장'이란 주제로 국채보상공원 길거리 숲에 장식등을 켰다. 예산 아끼느라 겨우 1천만 원짜리 조명이지만 그래도 시민들의 마음만은 몇억 원어치만큼이나 넉넉하다. 더욱이 고향 태생 여성 대통령까지 뽑아 놓았으니 불 켜진 트리에 대형 양말 걸어두고 지역 개발 선물이라도 기다리는 듯한 기분 역시 나쁘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앞으로 5년, 우리 지역은 물론 대한민국의 산타클로스가 될지 못 될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동안 내걸었던 공약만 해도 양말마다 넘치고 미어터질 정도지만 모든 양말에 바라는 선물을 다 넣어 줄 수 있을지 51.6%의 지지 국민과 48.2%의 비(非)지지 국민 모두의 기대요 관심인 건 사실이다.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나눠 준다는 전설적 풍습은 12세기 초 프랑스 수녀들이 성 니콜라스 축일 전날 밤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준 데서 시작됐다고도 한다.

'박 산타'도 혼자서 갖가지 인간적 고통을 겪어보며 살아온 여성 대통령인 만큼 어떤 사람에게 어떤 선물이 필요하고 무엇을 줘야 할지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더구나 굴뚝 속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이런 사람들에게는 이런 선물을 주마'고 미리 약속까지 했었다.

이제 붉은 스카프의 박근혜 산타는 크리스마스트리에 양말을 매다는 심정으로 새로운 5년을 기다리는 국민들에게 약속된 선물을 넣어야 한다. 청년이 걸어둔 양말에는 깎은 등록금과 취업 통지서를 넣어주고 빈곤 노년층 양말에는 건강 복지 지원 카드를 넣어줘야 한다.

루돌프의 썰매가 닳도록 누비며 모든 서민들의 굴뚝을 다 돌아봐야 한다. 지지한 집 굴뚝도, 지지하지 않은 집 굴뚝도 두루 챙겨야 한다. 물론 아무리 약속 잘 지킨다는 박 산타도 모든 양말이 넘쳐날 만큼의 선물을 무한정 한꺼번에 다 넣어 줄 수는 없다. 양말을 내건 국민부터 내 양말 속 선물이 저쪽 양말보다 덜 차거나 더 차더라도 산타에게 이해의 미소와 감사의 박수를 보낼 수 있는 마음이 되면 더더욱 좋다. 그런 대화합의 마음이 서로 모일 때 성탄 트리의 불빛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오늘 밤 크리스마스이브부터 붉은빛, 푸른빛, 노란빛, 서로 다른 등불들이 '어우러짐으로써 더 아름다운' 트리처럼, 동과 서, 보수와 진보의 경계를 허물고 화합된 박자를 맞춰가며 깜박, 깜박, 다 함께 어둠을 밝혀보자.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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