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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의 시와 함께]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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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 풍경은 보이지 않고 갑자기 얼굴을 들여다보아야 할 때가 있다

기차가 터널을 지난다

검은 창에 떠 있는 하나의 표정을 살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묶음의 서러움과

소량의 모멸감과

발설할 수 없는 비애가 한 톤,

기차가 자꾸 터널을 지난다

이번 터널은 길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이쪽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저 표정을 의심한다

시간이 준 안간힘이 물거품이 된다

발설될 수 없는 고통이 한 그루,

기차는 자꾸 터널을 지난다 반대편에서 누군가 수십 개의 내 얼굴을 바라본다

창밖엔 규정되지 않은 풍경들이 줄지어 서 있다

-조용미 시집 '기억의 행성'(문학과지성, 2011) 중에서

반성은 돌아보는 시간이다.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때로 우리는 그런 상황을 만난다. 대체로 어두운 시간이거나 추운 날들이다. 하루로 치면 밤이 되겠고, 계절로 치면 겨울이 되겠다. 한 갑자 삶의 순환 속에서는 무릎이 꺾인 시점부터다.

장구한 마야력의 끝에서도 해는 다시 떠올랐다. 늘 끝은 새로운 시작과 이어진다. 하물며 삶이라는 소박한 시간 속에서 맞이하는 절망의 시간이야 말해 뭘 하겠는가. 반성의 시간이 진지할수록 아침은, 봄은 찬란하게 찾아온다. 만약 당신이 타고 가는 기차에서 뛰어내리지만 않는다면 한 그루 고통이라는 나무에서도 갱생의 꽃은 피어날 것이다. 가장 어둡고 추울 때 내면으로는 꽃을 만드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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