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사년 뱀띠 해 '뱀 이야기'…예로부터 지혜로운 영물이죠

1억3천만년 전 지구상 출현, 12간지 동물 중 제일 '어른', 집안

전라남도 함평군에 조성 중인 국내 최초 뱀 생태공원 조감도. 전라남도 제공
전라남도 함평군에 조성 중인 국내 최초 뱀 생태공원 조감도. 전라남도 제공
뱀띠해를 맞아 귀여운 뱀 캐릭터가 그려진 연하우표가 최근 출시됐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뱀띠해를 맞아 귀여운 뱀 캐릭터가 그려진 연하우표가 최근 출시됐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안녕하세요. 저는 계사년(癸巳年)의 주인공, '뱀'입니다. 12간지 동물로 쥐(자)'소(축)'호랑이(인)'토끼(묘)'용(진)'뱀(사)'말(오)'양(미)'원숭이(신)'닭(유)'개(술)'돼지(해)가 있지요. 그런데 이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혐오하는 동물이 아마 분명 저일 거예요. 사람을 물어 맹독을 퍼뜨리는데다 보기에도 징그러워서라죠.

그건 오해랍니다. 사실 저는 사람이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먼저 물지 않는답니다. 위협하는 데 잠자코 가만히 있을 동물이 어디 있나요. 또, 제가 귀엽다며 애완동물로 삼는 사람들도 늘고 있어요. 사람 무는 방법도 모르는 순한 성격을 가진 뱀 친구들이 많답니다. 알고 보면 저 꽤 매력 있는 녀석이라니까요.

◆인간보다 40배 오래 산 종족, 뱀

독을 지닌 뱀은 생각보다 적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토종 뱀은 모두 16종이다. 다리가 있는 도마뱀과 장지뱀 4종(장지뱀'아무르장지뱀'줄장지뱀'표범장지뱀)을 제외한 11종이 흔히 떠올리는 긴 몸뚱이를 한 뱀이다. 이들 중 까치살모사(칠점사)'살모사(까치독사)'쇠살모사'유혈목이(꽃뱀) 등 4종만이 독을 지니고 있다. 나머지 구렁이'능구렁이'누룩뱀'실뱀'무자치(물뱀)'비바리뱀(제주도에만 서식)'대륙유혈목이(국내에서 가장 작고 온순한 뱀)는 독이 없다.

뱀도 자연의 순리대로 어미가 새끼를 낳아 퍼뜨리는 종족 보존의 본능을 토대로 살아가고 있다. '살모사'(어미를 죽이는 뱀)라는 명칭은 큰 오해다. 살모사는 다른 뱀이 알을 낳는 것과 달리 새끼가 배 속에서 부화한 다음 밖으로 나오는 '난태생'이다. 주로 여름철에 산란을 하는데 어미가 지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새끼가 태어나면서 어미를 죽이는 것 같다고 해서 불명예의 오명이 붙은 것.

뱀의 순리를 파괴한 것은 오히려 인간이다. 야생동물이 몸 보신에 좋다는 그릇된 인식에 무차별적인 포획이 이뤄지면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구렁이는 현재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2급 보호종이 됐을 정도다. 나머지 뱀들도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라 포획이 금지돼 있다. 포획 시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뱀은 기생충 등 안전 문제로 식품에 사용할 수 없고, 판매 목적으로 뱀탕을 제조하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먹은 사람도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사실 12간지 동물 중 가상의 동물인 용을 제외하면 뱀이 제일 어른이다. 유일한 파충류이기 때문. 국내 뱀 박사 1호 백남극 전 강원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뱀'에서 "1억3천만 년 전 나타나 인간보다 40배나 오랜 세월을 산 뱀은 지구의 파수꾼이자 파충류의 대표 선수"라고 언급했다.

◆귀엽고 친근한 매력 발산하는 뱀

최근 우정사업본부가 12간지 시리즈 마지막 연하우표를 내놨다. 2001년 '말'로 시작한 것이 올해 '뱀'으로 마무리된 것. 우표를 보면 뱀도 다른 동물들처럼 충분히 귀여운 캐릭터로 표현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문구점을 돌아봐도 귀엽고 깜찍한 뱀 캐릭터가 그려진 팬시 제품을 뱀띠해를 맞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나온 아동 서적을 살펴봐도 '알록달록 먹보 아기뱀' '부끄럼쟁이 꼬마뱀' '샤워기 뱀아 너한테 할 말 있어'(곡선으로 구부러지는 샤워기를 뱀의 모습에 비유한 것) 등의 제목이 귀여운 뱀 삽화와 함께 표지에 적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통문화를 살펴봐도 뱀은 민중의 상상 속에서는 지혜로운 영물, 일상 속에서는 집안 살림을 지켜주는 친근한 수호신이었다. 여러 토속신앙 속에서는 다른 동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숭배의 대상이기도 했다. 제주 지역에서는 뱀을 '부군신령'이라 하여 쌀과 정수를 뿌리면서 빌고 죽이지 않았다. 제주도에 본래 뱀이 많다는 속설이 만들어진 연유다.

뱀이 움직이며 표출하는 곡선에 대한 흥미로운 고찰을 담은 책도 최근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선 뱀'의 저자 차승훈 군은 어릴 적 우연히 애완 뱀에 관심을 갖고 뱀 연구에 빠져들었다는 고등학생. 그는 "뱀은 사람과 교감이 거의 불가능한 동물이지만 사람을 홀리는 매력을 갖고 있다. 다른 동물과 차별화되는 곡선의 디자인이다"고 했다.

뱀은 일상 속 애완동물로도 다가오고 있다. 희귀 애완동물 기르기가 유행하면서 독이 없고 물지도 않고 온순한 성격을 지닌 '귀요미' 뱀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 한 희귀 애완동물 쇼핑몰에 들어가 봤더니 모두 63종의 애완용 뱀 및 관련용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가장 비싼 애완 뱀은 1.6m 길이의 '알비노 볼 파이탄'으로 120만원 정도. 가장 저렴한 애완 뱀은 '초보 입문용'이라는 설명이 붙은 '콘 스네이크'로 9만원 정도였다.

예전과 다른 뱀의 인기에 국내 최초 뱀 생태공원도 조성 중이다. 전라남도는 함평군에 뱀 머리와 꼬리를 형상화한 전시관 건물을 짓는 것은 물론 자연 상태에 가까운 생육공간도 마련할 계획. 여기에 남아메리카에 사는 아나콘다를 비롯해 킹코브라, 살모사 등 100여 종이 넘는 국내'외 뱀들이 둥지를 틀 예정이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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