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 명이 살아가는 대구(大邱). 대한민국에서 대구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대구시민, 나아가 국민들은 대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2013 계사년 새해를 맞아 던지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서울은 물론 부산, 인천, 광주, 대전 등 다른 대도시들은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는 반면 대구는 제자리도 지키지 못한 채 뒷걸음치고 있다. 바깥에서 대구를 바라보는 시선도 비판'부정'절망적인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이는 대구에 사는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이후 격화된 보수 대(對) 진보의 싸움에서 가장 피해를 입은 도시가 바로 대구였다. 좁게는 386세대를 중심으로 한 운동권, 넓게는 진보 진영에서 대구를 점잖게는 '보수 도시', 극단적으로는 '수구꼴통 도시'로 규정을 하고 파상 공격을 했다. 정권 탄생의 중심지였다 변방으로 추락한 정치적 위상, 건설 등 주력 업종의 몰락에 따른 경제 주도권 상실 등도 맹목적 '대구 비판론' 득세의 또 다른 단초(端初)가 됐다.
일부 수긍할 수 있는 비판이 없지 않았지만 대구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을 넘어 비난, 매도에 가까운 것들도 많았다. 대구에 대한 비판, 심하게는 비난'매도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어느새 대구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인 것으로 덧칠되고 말았다. 대구와 아무런 연고가 없는 외지인들은 물론 다른 지역에 사는 대구 출향 인사, 심지어 대구에 살고 있는 시민들조차 대구를 부정'절망적 도시로 바라보는 그릇된 기류가 고착됐다. 그 결과 대구 하면 "먹을 것도 볼 것도 없는 별 볼일 없는 도시"란 인상이 깊어졌고, '보수 도시'란 프레임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정말로 대구는 이 나라 발전에 별다른 공헌을 하지 못했고, 미래에 대한 비전도 찾아볼 수 없는 암울한 도시인가. 여기에 강하게 반론(反論)을 펴고 대구에 덧칠된 잘못된 이미지를 벗겨 내는 게 '대구사랑 대구자랑'을 시작하는 가장 큰 이유다. 대구는 부정'절망적 도시란 낙인이 찍힌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하는 그저 그런 도시가 결코 아니다. 이 나라 발전을 이끈 주축 도시였고, 미래 세대들이 꿈과 비전을 실현할 소중한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한탄만 하고 있어서는 대구가 다시 도약할 길은 요원하다. 대구가 다시 날아오를 힘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갖고 있다. 절망이 아닌 희망의 시선으로 대구를 바라보고, 부정보다는 긍정의 마음으로 대구를 보듬어 발전의 전기(轉機)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우리 스스로 대구에 대해 갖고 있던 그릇된 인식을 확 바꾸는 게 급선무다.
다른 도시들은 없는 자랑거리도 만들어 내는데 대구는 있는 자랑거리도 자랑을 안 하는 풍조가 있다. 우리 것을 존중하고 아끼는 의식도 약하다. 누가 대구에 대해 나쁜 시각으로 왜곡된 이야기를 쏟아내도 제지는 고사하고 방어도 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 없는 게 그 원인"이라며 "'얄팍한 자존심' '뭐하러 선전하노'로 대변되는 '마 됐다'는 생각이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스로에 대한 냉정한 비판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고 얕잡아보는 자기 비하(卑下)는 이제 청산해야 한다.
대구시민들부터 우리 도시를 긍정'애정의 마음을 갖고 바라봐야 할 때다. 우리가 대구를 이렇게 바라보지 않는데 남한테 이렇게 봐 달라고 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먼저 대구를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대구를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다.
'대구사랑 대구자랑'은 잘나갔던 대구의 과거를 추억하고, 거기에 몰입하자는 게 아니다. 과거'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다시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근거도 없이 대구를 뽐내자는 게 아니라 '대구 다시보기' '대구 재발견'을 통해 대구 시민들의 자긍심을 찾고 더 크게는 어려움을 헤쳐나갈 길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대구사랑 대구자랑'은 대구에 대한 그릇된 편견들을 하나하나 깨려 한다. 우리가 태어나 살고 있고, 미래 세대들이 살아갈 대구를 새롭게 바라보고, 그 속에서 발전의 원동력을 찾으려는 대장정(大長程)을 이제 시작한다.
이대현 사회1부장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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