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선자
김선경(경기도 화성시 병점동)
▷1977년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시사랑 동시공부방 회원
◆ 당선작품
언제쯤이면
아직도 깨어나지 않았다
지하도 찬 바닥
종이상자 안
신문지를
두르르 말고
번데기처럼
옹송그려 누워있는
저 아저씨들
언제쯤이면
긴 잠을 끝내고
세상 밖으로 훨훨 날 수 있을까?
◆당선소감
찬찬히 제 마음을 들여다보니, 제 마음 안에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한 마리의 미운 아기 오리가 살고 있었던 듯합니다. 이 미운 아기 오리는 너무 못생긴 탓에, 소심한 탓에, 쉽게 상처를 입는 탓에, 세상에 나갈 용기가 없어 제 안에서만 숨어 살았고, 두려움이 커서 도전하기보단 쉽게 좌절을 하고, 사람들과의 사귐에 있어서도 다가섬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고 그렇게 혼자 외롭게 살았더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연못이 미운 아기 오리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찬찬히 너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난생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들어본 말이었기에 미운 아기 오리는 날마다 작은 연못을 찾아가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던 어느 날 아기 오리는 물 위 자신의 얼굴 그 위로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잔잔히 부서지던 햇살의 따사로움, 유유히 물 위를 흐르는 바람의 소리, 숲 저편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새소리, 들꽃의 향, 풀들의 노래…. 한없이 평화롭고, 한없이 아름답고, 한없이 고즈넉한 자연 속에 자신도 함께 섞여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 순간 외롭지 않고 행복한 마음을 느낍니다. 여태 그 모든 것을 거부한 건 어리석은 자신이었기에 미운 아기 오리는 세상과 더불어 살 첫 날갯짓을 합니다. 서툴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힘찬 날갯짓을 해 봅니다. 힘껏 날아오르다 지친 순간이면 언제나처럼 작은 연못을 찾아가 처음 자신이 느꼈던 행복했던 그 처음의 순간을 기억합니다.
저도 작은 연못을 찾아갑니다. 저에게 있어 작은 연못은 동시입니다. 동시를 쓰는 순간이면 제 마음이 열렸고, 제 눈이 세상을 바라보았고 세상과 더불어 숨을 쉬고 더불어 살아있음을 느꼈습니다. 아직 부족한 탓에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없지만, 항상 동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어둠 속을 방황하던 제게 희망의 등불이 돼 주신 권오삼 선생님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의 관심과 지도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한, 선생님께서 항상 말씀해 주시는'삼심( 초심, 열심, 뒷심)' 을 잃지 않겠습니다. 자만하지 않고 '百尺竿頭進一步' 하겠습니다. 언제나 동심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촉이 살아있는 시인이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부족한 작품을 읽어주시고 당선의 기회를 주신 신문사와 심사위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철없던 저 때문에 마음고생 많았을 저희 부모님, 언제나 어려울 때마다 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언니와 동생 용신, 미선, 사랑하는 딸 예린이와 힘든 시련을 맞고 있는 남편 한경식에게 고맙고 희망 잃지 말고 힘내라는 말 전합니다.
◆ 심사평
감각적 형상화와 따뜻한 감성이 돋보인 작품
동시는 인간이 가지는 본래의 마음을 노래한 것이다. 이 세상에서 보고 듣는 현상을 객체로 보지 않고 인간의 원초적 내면으로 끌어와 동일시(同一視)하는 마음, 즉 동심을 노래한 것이다. 따라서 동시는 간결한 심상과, 표현의 명징함이 특징이기도 하다. 근래 아동문학에 많은 사람이 관심과 애정을 갖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것은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원초적 마음바탕인 동심에서 삶의 위안과 평안을 찾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된다.
응모된 작품을 정독하고 느낀 점은 많은 작품이 시적 대상인 사물이나 행위(소재)의 형상화에 있어 동심의 본질과 유리되고, 겉으로 드러난 어린 생각의 서술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선자가 주목하게 된 작품은 민병숙 님의 '슬픔을 이기는 방법' 외, 박미현 님의 '담장' 외, 김선경 님의 '언제쯤이면' 외였다.
먼저 민병숙 님의 '슬픔을 이기는 방법' 은 입말(구어체)로 동심을 정감 있게 형상화하였으나, 일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움이 아쉬웠다.
박미현 님의 '담장'은 담장을 허물게 됨으로써 자연과 하나가 되는 동심을 서정적으로 그렸으나, 감각적 형상화가 부족하여 다소 산만한 느낌이었다.
당선작으로 결정된 김선경 님의 '언제쯤이면'은 노숙자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소재 자체는 새롭지 않다. 그런데 이 작품이 두드러진 것은 시적 대상을 보는 눈이 동심에 닿아있고, 다른 시각에서 사물을 조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번데기처럼/ 옹송그려 누워있는/ 저 아저씨들'과 같은 참신한 비유와, '언제쯤이면/긴 잠을 끝내고/ 세상 밖으로 훨훨 날 수 있을까? ' 같은 표현은 매우 돋보인 시적 상상력이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동정과 연민에 빠지기 쉬운 소재를, 사랑과 희망의 심상으로 동심에 담아내었다는 것이다.
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하청호(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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