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연계 '대마불패' 지난해도 예외 아니었다

초대형 무대 연일 매진사례…지역 저예산 작품은 '쓴잔'

# 일부 소극장 연극 선전 펼쳐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이 지난 연말에도 어김없이 지역 공연계를 지배했다. 기획사를 앞세운 스타들이 등장하는 대형 무대는 객석을 꽉 메웠지만 지역산(産) 작은 무대는 유료 관객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초대형 공연 무대는 막대한 제작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매진 사례를 이뤘지만 없는 예산을 쪼개서 만든 순수 지역인사들이 제작한 작품들은 상업적인 측면에서 대부분 고배를 마셨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작품들은 그나마 선방을 한 편이지만 나머지 이름없는 작품들은 '저예산→저수준→소관객→흥행 실패'의 사이클을 되풀이했다.

큰 자본이 투하된 상업성 공연은 여전히 불패신화였다. 대박 수익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적자 공연은 면하고 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총 50회 공연 중 현재 21회 만에 이미 3만 명의 관객을 돌파(유료객석 점유율 91.8%), 25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연말 단골작품인 뮤지컬 '맘마미아'도 유료객석 점유율 82.74%를 차지했으며, 뮤지컬 '시카고'는 유료객석 점유율이 무려 96.28%나 됐다. 특히 이들 대형 뮤지컬 작품들은 지역민뿐만 아니라 타지역에서 온 관객들의 비중도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대형 극장이 아닌 중규모 극장 무대에 오른 코믹 연극 '라이어 1, 2, 3'과 '뉴 보잉보잉'의 유료객석 점유율은 각각 99%, 98%로 만원사례를 보였다. 이 밖에도 넌버벌 퍼포먼스의 대명사 '난타'와 난타의 아성에 도전하는 '비밥'도 유료객석 점유율이 각각 90%, 70%를 차지했다.

상업적인 유명 공연만이 인기를 누리는 냉혹한 공연계의 현실 속에서 주목할 만한 공연들도 있었다. 대구시립극단은 올 연말 정기공연으로 초대형 가족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럴'을 준비해 총 4회 공연 모두 객석을 가득 채웠다. 순수 지역 창작 뮤지컬 '데자뷰'도 호평을 받았다. 주중에는 몰라도 주말에는 객석을 가득 채웠다. 너무 일찍 팬들의 곁을 떠난 '가객' 김광석의 노래로 꾸민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역시 저예산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극단 뉴컴퍼니의 '미용명가'와 대명문화거리 일대의 소극장에서 펼쳐진 가슴 따뜻한 연극 '안녕, 다온아'(극단 한울림), 뱃사람들의 광기를 보여준 '해무'(극단 처용) 등도 객석을 절반 이상 채우며 선전을 펼쳤다. 그러나 다른 작은 공연들은 명함을 제대로 내밀지 못했다.

고도예술기획 김종성 대표는 "대구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공연계 양극화 현상은 심각하지만, 그 속에서도 틈새 전략으로 살아남는 특별한 작품들이 있다"며 "내년에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노력을 통해 공연계의 양극화 현상이 완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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