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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득렬의 서양고전 이야기] 플라톤의 '파이돈'

'파이돈'은 플라톤의 중기 저작으로 20여 편의 저작 중 '국가' 다음으로 널리 읽히는 책이다. 이 책은 국내에서 여러 번역본이 나왔지만 그리스어에서 직접 번역한 것으로는 박종현 역본(서광사)과 천병희 역본(숲출판사)이 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가 독약을 마시고 죽던 날에 친구들 및 제자들과 나눈 죽음에 관한 대화를 기록한 것으로, 현장에 있었던 제자 파이돈이 고향인 엘리스로 가는 길에 에케크라테스를 만나 목격담을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독약을 마시는 날 아침부터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제자들이 감옥으로 몰려왔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디페는 자신과 어린 자식들의 미래를 생각하여 통곡했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아내를 즉시 귀가 조치시켰다.

이 날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죽음의 문제가 되었으며, 책 전체가 죽음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먼저 소크라테스는 자살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가축들이 정성껏 돌보아주는 주인 몰래 자살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주인은 가축들의 행위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육체와 영혼의 분리라고 정의한다. 그는 육체는 소멸하지만 영혼은 살아 저승으로 간다고 생각했다. 영혼은 육체의 요구를 들어주는 일을 하다가 이제 해방되는 것이므로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 육체와 짝을 지어 놀았기 때문에 육체를 떠나기 싫은 데서 나오는 행위로 보았다. 그리하여 철학자는 죽는 연습, 즉 육체의 욕망에서 벗어나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사람들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저승으로 간다고 말한다. 플라톤은 이 책에서 영혼이 저승으로 갈 때 휴대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파이데이아' 즉 '교양'이라고 말했다. '파이데이아'는 이승에서도 좋지만 저승에서 일정한 기간을 보낸 후 새로운 인생의 샘플을 선택할 때 크게 활용된다는 것이다.

플라톤은 이 책의 마지막 문단에서 스승 소크라테스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우리가 만나본 사람들 가운데 가장 선하였고, 가장 지혜로웠으며, 가장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이 표현 속에는 세 가지 중요 덕들 즉 선, 지혜, 정의가 들어 있다. 보통 사람들은 하나의 덕목도 성취하기 어렵다. '파이돈'에서 보여준 사생관으로 인생을 살았기 때문에 소크라테스는 영생하는 인물이 되었다.

신득렬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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