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인 인생 53년 만에 최고 가위손에 올라 기쁩니다."
대구 달서구 용산동에서 광호이용소를 운영하는 임광택(67) 씨. 그는 최근 제21회 대구시장배 이용기능경기대회에서 고전과 가위커트드라이 부문에 출전해 최고상인 종합대상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특히 출전 선수 109명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임 씨가 53년간의 이용인 생활 경험으로 이룬 성과여서 더욱 값지다. 그는 경기를 앞둔 40일간 고된 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용소에서 업무를 마친 뒤 마네킹으로 고전과 가위커트드라이를 매일 10여 번 정도 연습하고 퇴근했다.
"사실 고전머리는 가장 힘들고 까다로운 헤어스타일입니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머리 위와 옆, 뒷면이 사각 모양으로 각을 이루게 드라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웬만한 이용인들도 도전을 잘 하지 않아요."
고전머리는 해방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 30대 전후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헤어스타일이다. 고전머리는 예전엔 고데기를 사용했지만 이번 대회처럼 순수 드라이기로만 머리카락을 붙여 작품을 완성하기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임 씨는 영천에서 밑바닥부터 이용기술을 배워 개업한 이후 현재 용산동에서 20여 년째 이용소를 운영하고 있다.
"머리를 잘 깎느냐 못 깎느냐 하는 것은 '성의' 문제라고 봅니다. 손님이 오면 단번에 머리 스타일을 알 수 있지만 손님 만족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한 번 더 물어봅니다."
그의 이용소는 '착한 이용소'로 알려져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이발료를 50% 할인해주는 경로우대 이용소로 지정받아 10년 이상 운영해오고 있다. 구청에서 한 달에 5만원을 지원받는 게 전부여서 대부분 이용소들이 경로우대 이용소를 외면하지만 그는 노인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계속 이어오고 있다.
임 씨는 장애시설이나 요양원 이용봉사에도 적극적이다. 장애인 시설인 경산 청구재활원에서 매달 한 번씩 10년째 이발봉사를 해오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발족한 한국이용사회 달서구지회 소속 나눔손봉사회 회장을 맡아 재활원과 실버타운 등 3곳에서 매달 한 차례 정기적으로 이발봉사를 하고 있다. 올해 1일에도 회원 15명이 동참해 장애인과 노인 150명의 머리를 손수 다듬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가 왔을 때 가장 힘들었어요. 직장암에 걸려 수술까지 받아 이렇게 인생을 마감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오뚝이처럼 건강을 되찾아 이용인으로 살 수 있는 것에 항상 고마워하고 있다.
경찰 공무원인 아들(40)과 며느리도 그에게 이용기술을 배워 이용사 자격증을 땄다. 아들은 이용기능경기대회에 나가 종합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임 씨는 아들'며느리와 이용소를 함께 운영하는 게 가장 큰 꿈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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