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넓은 문' 수시를 뚫어라<하>

예비 고3들에게 고하노니…"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진로
진로'진학 목표에 맞춘 학습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체계적인 수시 대비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난 연말 대구시교육청이 마련한 입시상담실에서 진학 상담을 받고 있는 학생들 모습. 매일신문 자료사진

올해부터 선택형 수능시험 제도가 도입되면서 대학별 입시요강은 더욱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특히 수시모집 인원이 전체 모집정원의 60%를 훌쩍 넘기면서 고교생들에게 이제 수시 준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이야기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 때문에 입시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전형요소별 장'단점을 분석해 맞춤형 입시 전략을 세우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지역 고교생들은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상당수가 그저 수능시험 공부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새 학기 고3이 되는 학생 가운데서도 6월 모의평가를 치른 뒤 수시지원 대학을 결정하겠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곧 고2가 될 학생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결정을 미룰수록 패착을 둘 확률만 높아질 뿐이다. 제대로 된 대입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챙겨야 할까.

◆이젠 고3이 눈앞, 자신을 아는 게 먼저

지역 학생들이 수도권 학생들에 비해 수시모집 합격률이 떨어지는 것은 준비가 늦기 때문이다. 정시모집보다 더 넓은 관문으로 갈 수 있음에도 어영부영 준비를 미루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특히 고3이 될 고교생들은 당장 수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예비 고3들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자신의 위치를 냉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고2 시절인 지난해 모의평가 때 받은 과목별 등급보다 실제 수능시험 때 받을 등급이 오르기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혜화여고 박재완 교사는 "여태까지 모의평가로 등급을 따질 때는 재수생이라는 변수가 온전히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며 "특히 성적이 우수한 '반수생'(半修生)들이 9월 모의평가 때부터 입시 준비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으로 챙겨야 할 것은 준비 범위를 정하는 문제다. 지난 2년 동안 자신이 학교 안팎에서 얼마나 충실히 생활을 했는지, 진로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해왔는지 돌아봐야 한다. 각 대학은 수시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평가할 때 전공에 대한 열정과 잠재력을 눈여겨보는데 학생부 속의 이 같은 기록들이 주된 평가요소다. 물론 대학 진학 후와 직업을 찾을 때도 도움이 된다.

늦어도 고2 겨울방학 동안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나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전형요강을 꼼꼼히 들여다 보면 의외로 많은 전형에서 자기소개서를 요구한다. 하지만 많은 수험생들이 수시원서 접수 기간이 눈앞에 닥쳐온 뒤에야 본격적으로 자기소개서를 쓴다고 부산을 떤다는 게 문제다.

입시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자기소개서를 단 며칠 안에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한 입시 학원 관계자는 "자기소개서에는 진로 희망, 전공 선택 동기, 진로'전공을 찾아가기 위한 활동 등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사전 준비 과정 없이 원서 접수를 눈앞에 두고 쓴다는 것은 무리"라며 "자기소개서에 쓸 내용들에 대한 고민과 그에 따른 가시적 노력이 없었다면 주어진 분량조차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작업은 학생부 기록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도 중요하다. 자신의 지원 희망 대학과 학과에서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양식을 보고 요구하는 각 항목에 쓸 수 있는 내용은 어떤 것이 있을지 직접 써볼 필요가 있다. 쓴 내용이 부실하거나 쓸 것이 없다면 3학년 1학기까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1학기 후 여름방학 때 자기소개서를 쓴다면 그렇게 할 시간이 없다.

대건고 이대희 교사는 "자신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선택한 진로와 전공에 맞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가지 않은 채 막연히 비교과 활동을 많이 하려는 것은 시간 낭비가 되기 십상"이라며 "이 같은 노력은 대학 진학 뿐 아니라 전체 인생을 설계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과정이 된다"고 했다.

◆수시전형에 따라 학습법도 달라야

수시 전형은 개인의 조건과 준비 상황에 맞춰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한 뒤 그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 단순히 수능성적과 내신성적이 아니라 대학의 전형별 평가 기준에 맞춰 대비한 학생이 대학 진학에 성공한다는 의미다. 학생부 비교과 영역 기록이 얼마나 충실한지, 교과 영역 가운데 진로 연관성이 높은 과목의 성취도가 어떠한지 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전형 방식에 따라 학습 전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먼저 내신 반영 방법은 전형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학생부 중심 전형의 경우 학생부 성적이 좋은 학생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입학사정관 전형은 고교 재학 동안의 활동 내용과 대학 지원시 선택한 전공 사이에 얼마나 인과 관계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전공 관련 활동을 열심히 하거나 관련 교과 성적이 뛰어나다면 전체적인 내신이 다소 좋지 않아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논술 전형에서는 내신 성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당락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지식플러스 교육연구소 김기영 연구실장은 "현재 고2 학생이라면 지금까지의 내신을 평가해 어떤 전형에 지원하는 것이 유리한지 따져본 뒤 가장 유리한 전형 방법에 맞춰 학습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내신 학습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은 내신을 소홀히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고1 역시 일단 내신성적을 올리고 보자는 생각으로 내신 대비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건 비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능시험의 의미도 정시와는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수시에서 수능은 최저학력기준이라는 자격요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기준만 통과하면 같은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논술 전형 경우 수능시험을 두고 우선선발과 일반선발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적용한다. 우선선발 경우 실질 경쟁률이 낮다는 이유로 논술은 제쳐 두고 수능시험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 많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일반선발 뿐 아니라 우선선발도 합격의 마지막 열쇠는 결국 논술 성적이다.

곧 고3이 될 학생은 여태까지 자신의 모의고사 성적을 토대로 수능 등급을 예상해 우선선발과 일반선발의 기준에 맞는 논술 학습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선선발이 가능하다면 수능과 논술 비중을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논술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게 좋다. 주요 상위권 대학의 우선선발 기준은 국어, 영어, 수학이 각 상위 1.5% 이내에 들어야 할 만큼 어려워 다수 학생은 논술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고2 진학을 앞둔 학생들은 수능과 논술을 함께 대비하는 학습 계획이 필요하다.

김 실장은 "상위권 대학 중에는 논술 전형의 비중이 정시 못지 않은 곳이 상당수여서 이들 대학 진학을 원한다면 수능시험 공부를 하면서 틈이 날 때 논술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수능과 논술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며 "특히 자연계열 학생 경우 수능시험 진도를 끝낸 뒤 논술 준비에 들어가기는 시간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능 학습 진도에 맞춰 논술을 준비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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