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 중구청 단속원 8명이 출입문을 열고 난방기를 가동하는 업소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한 의류상점이 첫 경고장을 받았다. 한 쪽 문을 활짝 연 채 영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열린 문으로 단속원과 함께 들어가자 따뜻한 공기가 퍼져 나왔다. 천장에 설치된 3대의 난방기에서 나오는 열기였다. 실내 온도는 25℃. 단속원이 "오늘부터 문을 닫고 난방기를 가동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개문(開門) 난방 영업 제한 시정조치 명령'이라고 쓰인 경고장을 내밀었다. 종업원 이모(26) 씨는 "에너지사용제한 조치를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문을 열고 닫고에 따라 매출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날 동성로 대구백화점을 중심으로 큰길에 있는 대규모 상점들은 정부 조치에 따랐지만, 골목길 상점들은 미닫이 식 출입문이 아닌 열기 어려운 주름 식 문이거나 아예 출입문을 달지 않은 채 신발, 목도리, 장갑 등을 올려둔 진열대를 입구에 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결국, 수많은 돈을 들여 문을 바꿔달고 진열대 상품을 상점 안으로 들여놓지 않으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낼 수밖에 없는 것. 업주들은 "상점 특성상 진열대 물품을 구경하다 물건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문을 닫으라고 하면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반발했다. 액세서리 가게 운영자 김성희(60) 씨는 "손님이 없을 때는 난방기는 가동하지 않는다"며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지원은 못 해줄망정 너무 한 것 아니냐"고 했다.
대구시는 이 같은 반발을 고려해 출입문에 두꺼운 비닐을 다는 상점은 단속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비닐 문을 달겠다면서도 에너지사용제한 조치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신발 가게 운영자 최해길(34) 씨는 "개업하기 전에 미리 말했다면 굳이 60만원을 들여 에어 커튼을 설치하지 않았다"며 "인제 와서 정부 조치에 맞춰 또다시 돈을 들여 문을 달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옷 가게 운영자 최모(34) 씨도 "문을 열고 바깥에 옷을 전시해 놓아야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겨우 붙잡을 수 있다"며 "우리도 에너지 절약을 하고 싶지만 이런 속사정을 모르고 단속만 하는 정부가 야속하다"고 했다.
단속반은 겨울철 전력난 극복을 위해 계속 단속할 방침이다. 이날 대구지역에서 '개문난방' 단속에 걸려 경고장을 받은 업소는 4곳이었다. 권영학 대구 중구청 경제과장은 "전력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책으로 단속을 실시하게 됐다"며 "문을 닫고 난방기를 틀면 전력소비량을 3배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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