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손배소로 죽음 내몰린 노동자, 배달호

18대 대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21일 한진중공업 노조간부 최강서 씨가 목숨을 끊었다. "심장이 터지는 것 같다.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158억…." 사측의 손해배상'가압류에 고통 받다 숨진 그의 유서는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22일엔 현대중공업 이운남 씨, 25일엔 한국외국어대 노조위원장 등 노조 간부도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2003년 오늘에도 모든 걸 빼앗기고 마지막 남은 자신의 몸을 장작개비 삼아 스러진 이름이 있었다. 어느새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이름, 고 배달호는 이날 두산중공업 단조공장 옆에서 분신 사망한 채 발견됐다. 78억 원에 달하는 손배'가압류로 노동조합비뿐만 아니라 개인 재산과 급여까지 차압당한 상태에서 죽음이란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 것. 그가 분신한 후 그에게 돌아간 그 달 월급은 2만5천 원이 전부였다. 당시로선 '신종 노동탄압' 수단이었던 손배'가압류 등으로 괴로워했던 그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남겼다. 하지만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된 노동자에 대한 사측의 손배'가압류 문제는 10년이 지난 오늘도 명확하게 해결되지는 못하고 있다. 아직도 그와 똑같은 고통을 당하는 노동자들이 거리를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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