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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 10주년] <상>국민 성금 제대로 쓰였나

109억 잔여성금 통장서 낮잠…백서 발간도 허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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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18 대구 중앙로역 지하철 대참사 직후 시민들이 내건 명복을 비는 글과 추모 촛불. 매일신문 DB

대구 중앙로역 지하철 대참사 10주년이 됐지만 추모사업 등은 아직도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다. 당시 모인 700억원이 넘는 국민 성금 일부는 활용처를 찾지 못하고 통장 속에 잠자고 있다. 더욱이 성금 중 일부를 희생자대책위원회에 백서 발간 비용으로 지급했지만 지금까지 백서 발간이 미뤄지는 등 성금 사용에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남아있는 국민 성금은 얼마나?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지하철 참사 발생 다음날인 19일부터 3월 31일까지 국민 성금을 모았다. 당시 인적피해만 사망자 192명, 부상자 148명에 이르는 초유의 지하철 재앙을 접한 국민들은 십시일반 자발적으로 성금을 냈다.

이렇게 모아진 성금은 670억원. 이자만 1월 현재 40억원에 이른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모금된 국민성금 관리를 대구시로 이관했고, 시는 희생자 및 부상자 등과 논의를 거쳐 사망자 192명에게 1인당 2억2천100만원씩 특별위로금 410억원가량을 지급했다.

사망자 중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6명의 특별위로금 13억2천여만원은 남겨두었다. 부상자 148명에게는 정도에 따라 1천만~2억2천100만원씩(평균 6천만원) 모두 100억원가량을 지급했다.

이어 희생자대책위와 부상자대책위의 사무실 운영비와 식비 등 직접 지원비로 31억4천여만원이 쓰였다. 이 중에는 최근 논란에 휩싸인 참사 백서 발간 경비 8천만원도 포함돼 있다.

나머지 성금 중 154억원가량은 추모사업 예산에 배정됐다. 이 가운데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 조성비로 50억원이 사용됐고, 안전상징 조형물 건립에 8억1천여만원이 쓰였다. 아직 사용되지 않고 남아 있는 성금 95억9천만원은 재단 설립을 위한 출연금으로 묶어놨다.

재단 출연금을 포함해 현재까지 잔여 성금은 109억원 가량. 대구시는 대구은행에 6개월 이자 3.37%의 정기예금으로 예치해 두었고, 이자가 생기면서 잔여 성금도 늘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민 성금의 사용처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다. 잔여 성금은 모두 재단이 설립되면 출연금으로 내놓을 돈"이라며 "재단 출범이 미뤄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시가 성금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무연고 묘지 위로금은?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위로금 13억2천만원의 채권 소멸 시효(2013년 12월 7일)가 다가오면서 이 위로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일고 있다. 참사 당시 유가족이 나타나지 않아 그해 12월 대구시 공원묘지에 사망자 유골을 임시 안장했다.

시는 유가족이 나타나면 특별위로금과 함께 유골을 넘겨줄 계획이었지만 채권 소멸 시효가 다가오는 지금까지도 유족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채권 소멸 시효가 지나면 해당 위로금에 대해 대구시도 관리권이 없어지고 사용 권한도 사라진다.

이 때문에 희생자대책위는 행안부에 채권 소멸 시효가 지난 뒤 이 돈의 사용처에 대해 질의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국민성금모금 목적에 맞도록 사용할 예정이다.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 여론 수렴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기금화 논란

국민성금 사용에 대해 관련 단체들은 투명한 집행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부상자 가족들은 "대구시가 성금의 사용처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고, 관리도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단적인 사례가 백서 발간 비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시가 2009년 희생자대책위에 8천만원을 지급했지만 백서 발간은커녕 비용 환수조차 못했다는 것.

이동우 부상자대책위원장은 "대구시가 성금을 멋대로 주무르면서도 정확한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국민성금 사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혹이 없고, 관련자들이 요구하면 모든 사용처를 공개해 왔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성금 사용에 대한 의혹이 일자 아예 '기금'으로 묶어두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대구시가 국민성금을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탓에 사용처를 두고 여러 의혹이 불거지고 있지만 기금으로 묶어 놓으면 이런 의혹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기금은 조례를 만들어야 하고 외부인이 참여할 수 있는 기금심의위원회를 거쳐야만 집행이 가능하다. 매년 기금 사용 보고서도 만들어 공개해야 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기금화에 찬성한다. 기금으로 묶어뒀다가 재단이 설립되면 전액 출연금으로 넘기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부 희생자 유가족들은 기금화에 반대다. 희생자대책위 관계자는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국민성금을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기금으로 묶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희생자 유가족 및 부상자 등 이해 당사자들과 충분한 상의를 거쳐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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