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출신 두 소녀가 대구에서 탁구 선수로 성공을 꿈꾸고 있다. 제주도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경남 고성을 거쳐 대구에 자리 잡은 이들은 올해 고3 졸업반이 된다. 어릴 때부터 부모를 떠나 역경을 이겨낸 두 소녀는 현재 여자 탁구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 '탁구 명문' 대구 상서고의 18세 동갑내기 김별님과 서민정 양이다. 둘도 없는 친구이자 라이벌인 두 선수는 국가대표를 꿈꾸며 한겨울 추위를 땀으로 이겨내고 있다.
◆제주도에서 고성 찍고 대구
두 소녀는 제주 조천읍 신촌초교 1학년 때 나란히 탁구를 시작했다. 김별님은 당시 6학년으로 탁구 선수를 하던 언니를 따라다니다 라켓을 잡게 됐고, 서민정은 탁구를 좋아한 아버지의 권유로 탁구공을 쥐었다. 나름 실력을 인정받은 둘은 신촌초교 졸업 후 탁구선수로 성공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 경남 고성여중으로 진학했다. 하지만 1년 만에 팀이 해체되면서 대구 상서중으로 전학, 보금자리를 틀었다.
상서고 안상덕 감독은 "당시 상서중에 선수가 부족했는데, 고성여중이 해체된다는 얘기를 듣고 이들을 데려왔다. 학교에서 숙소를 제공하고, 대구시체육회에서 코치 인건비를 지원하기로 약속한 덕분에 이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이들은 꿋꿋했다. 식당 밥을 먹거나 때로 밥을 해먹어야 했고, 청소며 빨래며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해야 했지만 이들은 탁구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안고 어려움을 이겨냈다. 상서중을 거쳐 상서고에 진학한 이들은 고2 때인 지난해부터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유망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별님 "탁구로 성공 신화 쓰고 싶어요"
지난해 고2 때 국가대표 상비군을 역임한 김별님은 10일부터 강원도 홍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3년 탁구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전에 출전하고 있다.
김별님은 앞서 이달 1~5일 대구에서 열린 제66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서 실업팀의 언니들과 실력을 겨뤘다. 여자 개인단식에서 1, 2회전을 통과하며 돌풍을 예고했으나 16강전에서 김연령(삼성생명)에게 1대 4로 졌다.
안상덕 감독은 "별님이는 비록 16강에서 탈락했지만 안정감 있는 경기로 실업선수들을 위협했다"며 "그는 3남4녀의 넷째로 어려운 가정환경을 이겨냈다. 성공하겠다는 목표 의식이 분명한 선수인 만큼 앞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별님은 지난해 개인단식 4관왕에 오르며 오랜 무명의 설움을 씻어냈다. 지난해 8월 대통령기 우승으로 탁구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후 코리아오픈, 전국체전, 중고학생종합대회 등을 석권했다. 이 덕분에 김별님은 일찌감치 실업팀인 포스코에너지 입단을 확정 지었다.
"오랜 타지 생활 등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우승을 맛보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김경민 코치(상서고)의 지도가 큰 힘이 됐습니다."
오른손 셰이크 올라운드 공격형 선수인 김별님은 "이제 기술이나 심리적인 면에서 누구와 대결해도 자신 있다"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 같은 거창한 목표는 없다. 차곡차곡 실력을 쌓으면 좋은 결과가 뒤따를 것으로 보고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민정 "우린 눈빛만 보면 알아요"
이달 3일 대구체육관. 제66회 종합탁구선수권대회 여자복식 16강전에서 서민정은 김별님과 조를 이뤄 실업팀 언니인 KRA한국마사회 서효원-유소라 조와 대결했다. 접전 끝에 2대 3으로 져 8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서민정은 "해볼 만했다. 경기 전에는 실력 차이가 많을 것으로 여겼는데, 오히려 이기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서민정은 "별님이와 초교 6학년 때부터 복식 조로 호흡을 맞춰왔다. 우리는 말을 하지 않는다. 눈빛이나 몸짓만 봐도 무엇을 말하는지 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난해 전국대회 개인복식에서 금'은'동메달을 나란히 한 개씩 수확했다. 졸업반인 올해는 더 좋은 성적을 예고하고 있다.
서민정은 개인단식에서는 김별님보다 조금 실력에서 밀린다.
"실업무대에서도 별님이와 함께하려면 좀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다소 내성적인 김별님과는 달리 서민정은 서글서글하다. 서민정은 "평소와 달리 시합 때 긴장을 해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는 게 단점이다. 이를 극복해 올해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