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눈 치우기 대책도 의지도 없는 대구시

치우지 않고 방치해 온 눈 때문에 빙판이 된 골목길에서 넘어져 최근 지체장애인 시민이 숨진 사고는 대구시의 재해 대책이 얼마나 안이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간선도로의 눈을 치웠으니 할 일 다했다며 2주가 넘도록 이면도로와 골목길의 제설'제빙 작업을 등한시하다 화를 부른 것이다. 이는 대구시와 각 구청의 행정이 굼뜨다 못해 행정 서비스의 실종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달 28일 폭설 이후 연일 강추위가 몰아치자 우려한 대로 곳곳에서 빙판길 사고가 이어졌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열흘 새 신고된 빙판길 사고는 모두 229건에 달했다. 시와 구청이 제설'제빙 등 관련 조례만 만들어 놓고 아무런 대책 없이 눈이 녹기만을 기다리다 시민이 죽고 다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한심한 것은 시 당국은 제설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뒷골목과 인도의 제설은 기초자치단체 관할이라고 떠넘기고, 지자체는 내 집 앞 눈 치우기 조례를 근거로 주민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손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전형적인 무사안일, 무개념 행정이다.

이번 대구의 폭설은 12월 적설량으로는 60년래 최대 기록일 만큼 감당하기 벅찬 일이었음은 틀림없다. 그렇다고 대구시나 각 구청이 그냥 방치하고 넘어갈 핑곗거리가 될 수는 없다. 각 지자체가 조례대로 인력을 총동원해 제설 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손이 모자라면 비탈길이나 학교 주변 등 급한 곳부터 우선 처리하고 주민'자원봉사자까지 모집해 눈이 얼어붙기 전에 이면도로와 골목길, 인도에 쌓인 눈을 치우는 게 제대로 된 행정 아닌지 묻고 싶다.

지역 언론이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뒤늦게 시장까지 현장에 나가 삽을 잡고 제빙 작업을 독려한다고 적당히 면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제설'제빙 장비라곤 빗자루와 눈삽 정도가 고작인 현실에 대해 대구시는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인구 250만 명의 대도시에 제설 관련 매뉴얼이나 장비, 비상 인력 동원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구시와 각 구청은 '내 집 앞 눈 치우기' 조례를 근거로 두 번 다시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시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기존 제설'제빙 대책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다시 짜야 한다. 실추된 대구시의 행정 서비스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대책을 면밀히 살피고 보완해 향후 기상재해에 제대로 대비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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