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샛별과 멘토 세대공감] 김태호 초임 검사와 박현상 베테랑 변호사

"선배님, 전 무조건 양쪽 얘기 들어요" "옳지, 억울함 풀어줄 때

법조계 20여년 선배인 박현상 변호사와 갓 발을 디딘 김태호 검사가 대구지검에서 만나 법조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법조계 20여년 선배인 박현상 변호사와 갓 발을 디딘 김태호 검사가 대구지검에서 만나 법조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박현상(55) 변호사는 경북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23회)에 합격, 사법연수원(13기)을 수료한 뒤 검사로 임관하는 등 법조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육군 법무관 복무 후 1986년 서울지검 의정부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광주지검, 제주지검, 대구지검, 대구보호관찰소장, 부산지검 동부지청 등에서 근무한 뒤 1994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직전 대구지방변호사회 제1부회장을 역임했다.
박현상(55) 변호사는 경북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23회)에 합격, 사법연수원(13기)을 수료한 뒤 검사로 임관하는 등 법조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육군 법무관 복무 후 1986년 서울지검 의정부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광주지검, 제주지검, 대구지검, 대구보호관찰소장, 부산지검 동부지청 등에서 근무한 뒤 1994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직전 대구지방변호사회 제1부회장을 역임했다.
김태호(32) 검사는 서울 서초중, 상문고,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51회), 사법연수원(41기)을 거쳐 지난해 2월 대구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현재 대구지검 형사4부에서 만 11개월 근무한 초임 검사다. 이호준기자
김태호(32) 검사는 서울 서초중, 상문고,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51회), 사법연수원(41기)을 거쳐 지난해 2월 대구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현재 대구지검 형사4부에서 만 11개월 근무한 초임 검사다. 이호준기자

갈등을 해결하려면 대화를 하는 게 첫 순서다. 우리 사회에서 첨예화되고 있는 세대 갈등을 푸는 것도 중'장년층과 청년층의 허심탄회한 대화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세대 간 공감(共感)을 이끌어 내기 위해 각계 선'후배 간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14일 오후 대구지방검찰청에서 검사 출신 베테랑 변호사와 초임 검사가 만났다. '세대공감'의 첫 주인공, 박현상(55) 변호사와 김태호(32) 검사다. 20여 년의 세월을 넘은 법조계 선후배 사이이지만 검사, 나아가 법조인으로 살아가는 진솔된 얘기들을 나누며 서로에게 배웠다. 박 변호사는 김 검사의 젊은 패기와 신념에 박수를 아끼지 않으며 초심을 다잡았다. 김 검사 역시 자신의 정의관을 펼치면서도 선배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조언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의 이야기를 문답 형식으로 풀었다.

◆왜 검사(법조인)가 됐나

▷김태호 검사(이하 김)=중학생 때 드라마 '모래시계'를 본 뒤 검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드라마 속 강우석 검사(박상원 분)를 통해 '검사는 범죄조직을 척결하는 등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나가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정의사회를 구현하는 게 검사의 매력이고, 사명감이라 생각했다. 이후 검사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금까지 왔다.

▷박현상 변호사(이하 박)=(웃으며) 법조인이 된 이유가 김 검사와 완전 딴판이어서 김 검사 보기 부끄럽다. 사실 고교 때 이과반이었다. 수학'화학을 잘했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선친께서 '이과는 문과 출신 뒤치다꺼리만 한다', '14대조께서 밀양부사를 한 뒤 집안에 벼슬한 사람이 없으니 너는 검사가 돼야 한다'며 고3 때 상의도 없이 문과로 바꿔 버리셨다.

◆검사, 검찰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나

▷박=대한민국 존립을 위해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부정부패 척결과 사회정의 구현이 두 번째다. 서민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고, 무고자나 악질 고소인들로부터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김=검사는 기본적으로 수사 주재자다. 수사 지휘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법원에 청구하는 형사 절차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검찰권은 국민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억울함을 풀어주고 국민 눈높이에서 사건 하나하나를 바라봐야 한다.

◆검사가 된 뒤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김=검사가 되기 전엔 어느 한쪽의 말만 듣고 판단하거나 감정에 치우쳐 생각하는 경우가 적잖았는데 지금은 무조건 양쪽의 얘기를 모두 듣고 이성적으로 판단한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직업병이 될 것 같다.

▷박=김 검사가 참 빨리 깨우친 것 같다. 보통 5년 정도 걸려야 알 수 있는데. 정말 좋은 자세다. 특히 경찰에서 결론지어 송치한 사건을 보다 보면 자칫 치우치기 쉽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박=억울함을 풀어줄 때 최고의 보람을 느낀다. 검사 시절 억울함을 호소하는 살인 사건 피의자의 얘기를 허투루 듣지 않고 수사해 '혐의 없음' 결론 냈을 때 정말 가슴 벅찼다. 정말 나중에 진범이 잡혔다. 만약 그대로 구속기소했다면 엉터리 검사가 됐을 것이다. 이후에도 검사로서 경찰 송치 사건을 뒤집거나 변호사로서 검사 기소사건을 뒤집은 경우 여러 번 있었다.

▷김=변호사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경찰의 기소 의견 송치 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처분하거나 반대로 기소 의견으로 바꿀 때 보람을 느낀다. 나쁜 사람을 엄히 처벌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때 보람을 느낀다. 피고인의 권리(무죄 추정 원칙) 만큼 피해자의 권익 보호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검사의 매력은 뭐냐.

▷박=1986년 군부시절 검사로 임관했다. 그땐 속된 말로 '끗발'이 대단했다. 당시 권위주의가 팽배했던 시대라 그랬지만 지금도 '무시'당할 일이 별로 없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검사를 알아주는 시대는 아니라도 억울함을 당할 일은 거의 없다.

▷김=형사 절차의 첫 단계부터 형 집행이라는 마지막까지 관여하는 직업이다. 사법 정의의 일선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진두지휘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또 법에 무지한 억울한 사람을 도와 줄 수 있는 것도 매력 중 하나다.

◆가장 힘든 것은 뭐냐

▷박=직업상 다른 사람을 판단해야 하는 게 가장 어렵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달려 있어 부담과 책임이 막중하다. 검사를 선택한 것도 판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 적기 때문이었다.

▷김=고소 사건이 많다 보니 어느 것이 거짓이고 진실인지 판단하는 게 가장 힘들다. 고소인들은 억울하다며 수많은 자료를 제출하지만 '왜 죄가 안 되고 자료로서 가치가 없는 지' 설명하고 설득'이해시키는 것도 힘들다.

▷박=도저히 판단이 안 설 경우가 있다면 선악 판단을 해보면 도움이 된다. 누가 더 나쁜 사람인지. 이건 옛날 검사 시절 선배였던 신창언 검사장(전 헌법재판관)으로부터 배운 노하우다.

◆최근 판사 막말 사태와 검사 비위'비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괴롭다. 법조인이 갖춰야 할 제1 덕목은 '겸손'이다. 겸손하면 이런 잘못을 범하지 않을 수 있다.

▷김=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검찰 개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김=검찰 내부에서도 조율 중이고, 대통령 인수위에서도 작업 중이니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박=검찰은 국민의 충복이 돼야 한다. 그런데 종의 기를 죽여서는 안 된다. 기죽이면 결국 주인이 손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박 변호사는 "김 검사의 '무조건 쌍방의 얘기를 듣는다'는 말에 마음이 동했다. 너무 마음에 들고 앞으로 잘할 것 같다"며 "큰 사건만 중요한 게 아니라 고소 사건 하나도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중요한 사건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사건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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