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부 모리모토의 한일 이야기] 히로시마서 보내는 첫 이야기

매일신문에 기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기쁘다. 나는 대구시의 자매 도시인 일본 히로시마에 살고 있다. 집에는 5세 된 아들과 10개월 된 딸, 그리고 한국을 사랑하는 남편이 있다. 딸에게는 한국과 일본에서 다 통용될 수 있는 '하나'라는 이름을 붙였다.(일본에서는 꽃이라는 의미) 평범한 주부의 눈으로 본 일본과 한국 그리고 히로시마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와 한국의 첫 만남은 15년 전에 시작되었다. 당시 친한 직장 동료 3명이 서울 여행을 갔다. 일본에서 본격적인 한류 붐이 일기 전이었으므로 지금처럼 일본인 관광객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남대문시장을 방문하니 당시 일본에서 히트하고 있는 귀에 익은 대중가요가 흐르고 있었다. 당시에는 아직 일본 문화의 유입이 제한되어 있었으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확실히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 후 일본에서 한국 영화 '쉬리'가 개봉되고, 나는 친구에게 끌려 그 영화를 보러 갔다. 액션의 박진감과 속도감, 남자 주인공의 멋진 모습에 압도되었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도 잘 그려져 있었다. 그 후 나는 한석규 씨의 팬이 되었다. 일본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에 매료되어, 나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특히 대장금은 매회 DVD에 녹화하여 보면서 대사를 외울 정도였다.

남편도 한국 근무 경험이 있으며 나보다 한국을 더 좋아한다. 한국의 번데기를 잘 먹는 한국통 사나이다. 결혼 후에는 여름휴가 때마다 가족 전체가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완행열차나 무궁화호 혹은 버스를 타고 지방 도시에 가서 그 지방의 요리를 먹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막걸리와 안주로는 뭉티기를 좋아한다. 내가 살고 있는 히로시마는 인류 최초로 원자폭탄이 투하된 도시다. 인구는 118만 명으로 일본에서는 열 번째 큰 도시이다. 한국의 울산시 정도일까. 히로시마에서 인천 공항까지는 매일 한 편의 비행기가 있으며,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도쿄에 가는 것보다 빠르고 가깝다.

히로시마는 스포츠가 활발한 도시로 프로야구팀(히로시마 카프)과 축구팀(산프레체 히로시마)이 있다. 축구팀은 올 시즌 일본 J리그에서 우승했으며, 황석호와 이대홍이라는 한국 선수가 두 명 있다. 황석호 선수는 대구대학 출신으로 한국 대표로 뛰었다. 여자 하키팀(코카콜라 웨스트 레드스파크)은 현재 일본 최고의 팀으로 올해 세 개의 전국 대회를 석권했다. 팀의 감독은 한국의 유승진(柳承辰) 씨이며, 세 명의 한국 선수가 있다. 여자 핸드볼팀(히로시마 메이플레즈)에는 오성옥 씨가 감독으로 있으며, 대구시청팀에서 활약한 송해림 선수가 있다. 히로시마에는 한국 영사관이 있어 한국을 매우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공민관에서는 시민을 위한 한국어 교실이 열리고 있는데 영어 회화 교실보다 강좌 수가 훨씬 더 많다. 한류 때문이다. 지금은 한국의 가정 요리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음식점도 많으며, DVD 가게에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즐비하다. 한국 화장품도 일본에서 인기이며 김, 라면, 김치, 고추장 등은 동네 슈퍼에서도 부담 없이 살 수 있다. 나는 감자라면을 아주 좋아한다.

한국과 일본은 오랫동안 가깝고도 먼 나라로 인식되어 왔지만, 현재 시민 의식 수준에서는 확실히 가까워졌다는 것을 느낀다. 이번에 독도(다케시마) 문제로 소란스러웠을 때도, 정치인의 의도와는 달리 우리는 냉정했다. 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보도는 적었다. 센카쿠 문제를 둘러싼 중국에 대한 보도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정치가들의 의도에 양국 관계가 좌우되지 않고, 확고한 신뢰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풀뿌리 교류를 통해 서로 이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일본인에게는 한국의 장점을, 한국인에게는 일본의 좋은 점을 전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모리모토 카즈에(森本和惠·생활 에세이스트)

약력

필자는 1972년생으로 대학 졸업 후 히로시마 시 소방대음악단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전업 주부다. 배우 한석규를 좋아하고 매년 두 번 정도는 꼭 한국을 찾는다. 남편은 히로시마 시의회 의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