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리·장관이 책임지고 일하라" 군살 뺀 청와대…'박근혜식 실험'

정책실·기획관 폐지 비서실 인원도 줄여

'박근혜식(式) 실험이 시작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1일, 청와대의 군살을 빼고 내각의 힘을 키운 청와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통령실'을 '비서실'로 바꾼 것이다. 청와대로 집중된 힘을 분산해 내각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을 줄여 대통령을 '보좌'하는 선에서 역할을 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은 청와대' 기조를 지킨 것이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박 당선인이 공약했던) 책임 총리제, 책임 장관제 실현을 위해 청와대 비서실을 보좌 기능에 집중시켰다"며 "새로운 청와대 비서실은 국정 운영의 선제 이슈를 발굴하고, 행정부가 놓치는 일을 챙기면서, 사전 사후적 대책을 마련하는 등 대통령 보좌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각 부처는 장관이 실질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발표를 들은 정치권은 특히 기존 청와대 조직이 없어지거나 덩치를 줄이면 각 부처 장관의 권한이 커지는 '책임 장관제'가 실현될 것으로 내다봤다. 각 부처 장관이 실질적으로 수행 결과에 책임지는 체제가 되면 '위(청와대)보다는 아래(국민)'를 보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무위원 권한이 최대한 보장되면 '여론'이 가장 무서운 감시와 견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의 인수위는 정책실과 기획관 제도를 폐지했다. 비서실의 인원도 줄였다. 이명박 정부가 정책실과 각 기획관에 힘을 실어주면서 '실세'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폐단을 본 학습효과란 말이 나온다. 실세들의 둥지를 없애버린 셈이다.

특히, 정책실장을 없애고 국정기획수석과 미래전략수석을 신설한 것은 박 당선인이 그동안 강조한 '실천'과 '국정전략'을 실현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책보다는 비서실의 대통령 국정 어젠다 실천과 국가전략기능을 강화해 국정 운영의 선제 이슈를 발굴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는 것이다. 일을 벌이기보다는 행정부가 놓치는 일을 챙기면서, 사전'사후 대책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공약 이행 상황과 미래 성장동력은 박 당선인이 직접 챙길 것이란 이야기도 된다.

비서실장이 위원장인 인사위원회 설치도 '인사가 곧 만사'라는 박 당선인의 생각이 담겼다. 인사기획관 홀로 인사를 좌우했던 폐단을 막고 인사 추천 기능을 공식적으로 제도화해 '투명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로, 노무현 정부는 '코드 인사'로 여론의 반감이 심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인사위원회를 만들어 '인사주무 비서관→인사위원→대통령비서실장'으로 이어지는 '아래로부터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하지만 위원장을 비서실장이 겸임하면서 비서실장의 인사권이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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