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교육이나 인생의 가르침에서 결과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배운다. 그런데 그러한 미덕이나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도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영화는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 상영됨으로써 최종 심판을 받기 때문에 부인하기 어려운 결과 중심의 예술이다. 물론 모든 예술 분야에서 성과는 중요하지만, 특히 예술가 중에 영화감독은 '하루살이'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결과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정확한 통계를 찾아봐야 하겠지만 영화계에서 거론되는 감독의 수명은 데뷔작을 연출하고 은퇴하는 사람들이 둘 중 하나요, 2번째 작품을 연출하고 잠정적으로 충무로에서 사라지는 감독이 셋 중 둘이다. 이들은 연출부와 조감독 등으로 도제 시스템에서 10년 이상의 수련 과정을 거치거나 대학, 대학원, 유학 등에 막대한 학비와 노력을 들이고 이제 막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펼쳐 놓으려 한다. 그런데 무대에 들어섬과 동시에 막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들에게 어떻게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할 것인가?
그래서인지 21세기를 맞이한 지금 다른 분야에서는 과거에나 있었을 법한 일들이 영화 현장에서는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 연출자가 스텝을 폭행했다는 물리적인 이야기부터 촬영의 완성도가 감독이 생각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촬영 일정을 한없이 지연시키는 등 확인된 사실과 출처가 불분명한 소문이 혼재돼 들려온다.
이 모두가 일반인의 상식선에서는 어림없는 이야기로 들리지만 오로지 현장에서는 가능하다. 행위가 합당한가의 선악 판단과 별개로 감독으로서는 오늘 제대로 영화를 만들지 못하면 내일은 실업자가 되어 영원히 자신이 꿈꾸던 곳을 하늘의 별처럼 평생 바라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감독이 앞의 사례와 같이 행동하지는 않으며 필자 역시 영화를 연출할 때 영화의 완성도보다 스텝들과 배우들에 대한 배려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왔다. 그러나 돌아서서 생각해 보면 그것은 스크린에 보이는 모습은 아니다. 그래서 합당한 절차와 과정을 준수하지 않는 나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부 감독들이 흥행감독이나 명장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장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과 중심의 예술에서 감독이 할 일은 마치 흡혈귀처럼 모든 스텝과 배우들, 제작자의 '피'와 '정신'을 남김없이 쟁취하는 것에 있는 까닭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김삼력<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