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무서울게 없는 초등 5학년 아이 폭력적 행동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1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입니다. 저희 부부는 결혼 초부터 성격 차이와 경제적 이유로 자주 다투었습니다. 그때부터 아이 아빠는 유독 큰아이에게 심하다 싶을 만큼의 폭력과 공포감 조성을 통해 부부 갈등 스트레스를 마구 풀어 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큰아이는 어느 때부터인가 무서워만 하던 아빠에게 괴성과 함께 욕설을 하며 대들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최근 학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아이가 수업시간에 담임에게 또박또박 공격적으로 말대꾸를 하고 교사의 제재가 들어가면 무차별 욕설을 서슴지 않으며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땐 친구들에게도 욕설과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까지 '무서울 게 없는 아이'로 통하는 우리 아이의 폭력적 행동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한창 티 없이 자라야 할 어린 나이에 부모와 교사에게 무례한 언행을 하는 아이에 대해 얼마나 안타까운 마음이 드시겠습니까? 가정은 아이의 '성격의 구조'가 만들어지고 향후 대인관계의 패턴이 결정되는 인성형성의 중요한 배움터입니다. 특히, 아이의 성격 구조 형성에는 부모의 성격과 양육 태도가 아이에게 어떻게 경험되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심리적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부모로부터 제공되는 좋고 나쁨의 양육에 대한 질적 내용에 따라 편안하고 행복한 '긍정적 심리재료'가 담길 수도 있고, 공격적이고 불안한 '부정적 심리재료'가 담길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내 안에 있는 심리적 재료로 세상을 보는 법'입니다. 양육과정에서 부모의 따뜻한 돌봄과 칭찬이 있었다면, 아이는 그 재료로 세상을 자신 있고 건강하게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반면, 부모의 성격이 냉정하고 공감능력이 부족하며, 아이의 욕구를 거절하는 태도로 양육된 아이는 낮은 자존감이 형성되게 됩니다. 이러한 아이는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세상이 자기를 버릴 것 같은 '유기 불안'과 공허감으로 외부 자극에 '취약한 자기(self)'를 만들어 내기 쉽습니다.

이 아이들의 특성은 사람을 믿지 못하며 외부 스트레스에 '자아기능'이 와해되고 욕구지연과 충동조절에 실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심리적 배경은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자기 정체성'(identity)에 대한 불안을 느낄 때 그 불안을 처리하는 대처방식으로서 필요 이상의 감정이 범람하는 '표출 행동'(acting out)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를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시도합니다. 그 결과, 대인관계의 실패와 사회부적응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때때로 가족치료에서는 '청소년의 문제행동은 대개 부모의 증상이다'라는 견해를 가집니다.

이 관점에 비추어 보면 귀하의 자녀 경우에도 아버지의 냉담함과 폭력적 행동을 통한 엄격한 양육의 제공은 아이에게 불안과 공격적인 충동성을 가지는 데 영향을 주었으리라 보여집니다. 그러므로 부모가 달라짐으로써 아이의 변화를 기대해야 합니다. 아이는 부모의 좋은 역할을 통해 세상사는 법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먼저, 아이에게 진지한 태도로 지난날, 미성숙했던 부모의 역할에 대한 철저한 사과와 "미안하다" "지난날 마음 많이 아프고 원망스러웠지?" 하는 용서를 구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런 다음, 아이 무의식 속에서 부모에 대한 분노스러웠던 기억으로 아이의 의식세계를 침범해왔던 '나쁜 기억'을 씻어 내고 '좋은 기억'으로 물갈이를 충분하게 하시길 권유 드립니다. 언제까지 해야 하느냐고요? 아이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지고, 순한 비둘기 같은 눈빛으로 "아빠, 엄마! 나 편안하고 안녕해!"라는 속삭임을 할 때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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